경제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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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문화적 상상력이 빈곤한 사회는 우리 사회가 그처럼 열망하는 일등국가가 되기 어렵다. 우리는 경제적 안정 없이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고정관념처럼 갖고 있다. 그러나 문화적 상상력은 창의력의 원천으로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끌어 간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부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관심이 문화예술단체장을 낙하산 인사로 내려 보내고 조직을 친정부 인사들을 통해 장악하고자 애쓰는 모습으로만 드러나 안타깝지만 일단은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려주기로 하자.

그런데 우리는 나치와 볼셰비키가 예술을 중요한 민심안정제로 활용했던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정치적 암흑기에도 많은 수의 예술인들이 편안한 삶을 누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들 일방적 권력에 순치된 예술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말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반사회적 자위행위까지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해 대대적인 상품화를 시도하는 자본주의적 문화예술 시장을 예찬할 만큼 필자가 ‘문화적’이지는 못하다. 하지만 권력, 정치 혹은 경제적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예술보다는 때때로 퇴폐적일망정 자유로운 상상력을 표현한 문화예술 창작물들의 사회적 파급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문화적 욕구야말로 인류문명사에 획을 긋는 변혁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이 없이 하나의 사회가 내재적 힘만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도그마를 경계하는 것은 현재 우리가 누리는 문명마저 화석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적 욕구가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역사적 경험은 광범위하게 물려받았으나 우리 사회에 제법 폭넓게 퍼져있는 왜곡된 인식. 즉 ‘문화예술은 경제성장의 산물’이라는 세뇌를 언제부터 받아왔던가는 기억에 희미하다. 다만 문화진흥을 단지 돈많은 개인 혹은 기업들이 미술품 몇 점 사주는 것, 혹은 명망 있는 예술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돈 더 보태주는 행위 정도로 여기는 부류들이 문화예술을 금권에 종속시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킨 것이 아닌가 싶을 뿐이다.

물론 문화는 돈을 따라 전파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군대의 이동로보다는 물자와 돈을 좇아 문명이 퍼져나가는 현상이 발견된다. 훈족이, 몽골군이 유럽을 뒤흔들면서 그 사회에 남긴 것은 문명은 아니었다.

그들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 해 신화속에서 동아시아인들은 매우 우매하고 야만적인 종족들로 묘사되고 있지만 긍정적인 문화적 영향은 크게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교류를 통해서는 많은 문화의 이동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면서 제일 먼저 발견하고 신기하게 여겼던 사실은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상점 점원들이 빠르게 익힌 짧은 한국어 실력이었다. 해외여행 자유화 직후인 81년 말 홍콩에 갔다 들른 중국백화점, 그 가운데서도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매장의 점원들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상품을 권하기 위해 그 때 벌써 몇 마디씩은 한국어를 사용했다.

그들의 대단한 장사수완이다 싶어 내심 놀랐지만 지금 한국인들이 웬만한 나라 나가서도 말이 안 통해 밥 굶을 일은 없다는 농담을 할 만큼 한국어는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 역으로 한국 내에서도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동대문,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몇 마디쯤은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는 얘길 듣는다.

그런데 이 돈이 단순 교환가치로서의 돈을 넘어 김지하 시인이 사용한 개념인 ‘밥’으로 제공된다면 그 문화적 파급력은 어떨까. 즉, 생존이 급한 빈곤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지원이 이루어지면 마땅히 그 위에 우리가 가진 문화가 저절로 얹혀가지 않겠는가.

그런 문화를 접한 이들이 우리의 문명적 산물인 상품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아직도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미국숭배가 단지 한미관계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세상에 일방적 퍼주기란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교환될 수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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