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코픽스 대출 출시 미적
은행권 코픽스 대출 출시 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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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출 기준금리 체계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공시된지 1주일이 지났지만, 대형 은행들이 이를 적용한 대출 상품 출시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
이미 코픽스연동 대출 상품을 출시한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나 기존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의 코픽스연동 대출로의 전환에 소극적이어서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는 CD금리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코픽스를 도입했지만,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하면서 전세자금 대출자 등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요 은행, 코픽스 대출 출시 느릿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 16일부터 코픽스 기준금리를 공시하고 있지만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 등 5대 은행은 코픽스 연동대출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5개 은행 모두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지만, 금리 수준이나 형태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으로 전산 업무에 부하가 걸린 점 등을 코픽스연동 대출 상품의 출시가 지연된 사유로 들고 있으며 신한은행 역시 전산 준비 등을 지연 이유로 꼽고 있다.

우리은행은 리스크관리위원회 등 행 내 각종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치열한 영업 경쟁을 해야 하는 5대 은행들이 금리 수준과 형태 등에 대한 눈치보기를 하면서 상품 출시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상품 구상이 대부분 완성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출시하지 않는 것은 눈치 보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은 코픽스연동 대출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위주로만 판매할 예정이어서 전세대출자 등의 불만을 사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인 아파트 집단대출에도 코픽스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집단대출 중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의 경우 코픽스연동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코픽스연동 대출 상품을 출시한 지 6개월 내에 한 차례에 한해 기존 CD연동 대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코픽스연동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키로 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만 전환을 허용할 예정이며 신한은행은 집단대출과 전세대출 모두 코픽스 연동 대출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대부분 보증서 담보인데 신용대출로 분류해 코픽스연동 대출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중도금, 이주비 등 집단대출 역시 주택담보대출인데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대출 전환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주택담보대출 중 만기가 짧은 경우에도 전환 기회를 박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시 상품도 문제투성이
코픽스 연동 대출을 출시한 은행들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인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코픽스를 적용한 주택담보 대출상품인 `뉴퍼스트홈론'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대출상품의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된 기존 주택담보 대출상품에 비해 0.1% 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고객이 은행이 정한 각종 조건을 채우지 못할 땐 0.1%포인트의 혜택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거래은행을 SC제일은행으로 설정하지 않거나, 신용등급이 다른 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의 경우엔 0.01~0.09% 사이에서 금리하락폭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

기업은행이 기간별로 기존 CD 연동 대출보다 0.2~0.48%포인트 낮은 코픽스 연동상품을 내놓은 것과 비교한다면 사실상 금리혜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조만간 코픽스대출상품을 출시할 다른 시중은행들도 기존 CD 연동상품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에서 금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C제일은행의 경우 오직 6개월짜리 상품만 출시해 `반쪽짜리 코픽스 상품'이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CD금리의 변동주기보다 길고 안정적이라는 코픽스의 도입취지를 감안할 경우 12개월 변동 상품도 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기업은행의 경우 신규 취급액기준으로 3개월, 6개월 변동주기 상품과 월말 잔액기준으로 12개월 변동주기 상품을 출시했다.

또한 다른 은행들도 각각 신규 취급액과 잔액기준으로 6개월물과 12개월물 등 4개 이상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기존 고객에 대한 코픽스대출 전환 안내에 미온적인 은행의 자세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SC제일은행과 기업은행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상품 이용 고객이 코픽스 대출상품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6개월간 별도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고객들에게 별도로 코픽스 대출상품과 전환 등에 대한 안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고객들은 은행에 직접 문의하지 않으면 코픽스 대출전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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