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물가, 주가
유가, 물가, 주가
  • 홍승희
  • 승인 2004.05.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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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를 향한 부시의 공습이 드디어 그 실체를 드러내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세계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선을 위협하고 그에 따라 전세계 증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 340선이 무너져버린 한국 증시는 스스로 주가를 끌어올릴 내력이 남아있지 못하다.

외국인 매수도에 전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해온 시장의 말로라고 냉정하게 판정하기에는 유가 변수가 너무 크다.

제조업의 원가상승 압박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에너지 전량수입국에 수출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경제구조를 지닌 한국의 타격은 이미 예상할 수 있는 한계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상황에 의한 참혹한 결과는 몇차례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겪어온 대다수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소비여력이 사실상 소진된 것이나 진배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세계시장은 물가상승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을 것이다. 제조원가의 가격반영에 제한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유가불안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사실상 미국의 침공개시는 그 자체가 세계경제를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미국 군수산업 등 일부 기업들이야 특수를 누렸겠고 미국 에너지 기업들도 가상적 미래소득을 앞당겨 외상소득으로 충분히 향유했을 성 싶지만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그대로 횡액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개전 초반 신속한 종전선언으로 그래도 한시름 더나 싶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은 이라크에서 계속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를 보였고 근래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퇴로없는 밀어부치기를 부시가 거들어줌으로써 불안감은 빠르게 고조돼 갔다.

드디어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이 터져나오며 이라크에 묶일 듯하던 전선이 이제 중동 전체로 번질 기세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가 사진으로 적나라하게 공개되며 특히 여성들은 얼굴마저 감추도록 하는 중동지역에서 여성들까지 나체로 다루었다는 보도는 중동 내의 친미정권들로 하여금 더 이상 미국을 추종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자체 정권이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가뜩이나 그 전쟁의 도덕성을 인정하지 않던 세계 여론이 들끓는 것은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에게 직접적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동의 반미 분위기 고조와 더불어 전운이 짙어지는 현상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지금 그들의 분노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또한 우리는 당장의 우리가 겪을 현실적 어려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기 전부터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의 도미노현상을 우려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가 머리를 쳐드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유가를 자극했다. 그리고 이제는 전 이슬람권을 분노케 함으로써 유가급등을 제어할 기제들 마저 박살내버렸다.

미국의 도박이 초래한 결과는 세계경제의 초토화로 진행돼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처참한 결과는 늘상 그렇듯 가장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입혀갈 것이다. 결국 또다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개도국들로부터 위기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수기반이 빈약한 우리도 그래서 걱정이 더 크다.

풀잎은 바람이 불면 가장 먼저 눞는다??김수영 시인의 싯귀를 떠올리
게 하는 오늘이다. 석유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 고조는 결과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제3세계를 향해 용도폐기 대상이던 원자력발전의 유혹을 확대시켜 갈 것이다. 미래 인류를 위한 환경보존보다

당장의 생존이 급한 개도국들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 더구나 강대국들이 저지른 행위의 배설물들을 뒤집어 쓰는 처지가 된 개도국들의 경우 그들 1세계인들로부터 권유되는 환경보호가 배부른 자의 어설픈 도덕강의 정도로밖에 여기지지 않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류의 상생은 이제 갈수록 멀어져만 가는 꿈인가. 제발 단순한 노파심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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