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개미, 홀로 죽다"
"의로운 개미, 홀로 죽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은 독자라면, 개미에 대한 큰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보다 긴 역사를 지닌 개미.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탁월한 영국의 BBC방송이 개미에 대한 또 하나의 진한 감동은 전했다.  

개미들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어떤 개미들은 죽을 때조차도 집단을 위해 집을 떠나 먼 곳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가 최근 스위스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스위스 로잔 대학 연구진은 '템노토락스 우니파스치아투스(Temnothorax unifasciatus)'라는 개미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을 때 병을 퍼뜨리지 않기 위해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들 개미 중 일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무리를 떠나는 데 주목했고, 이것이 종종 개나 고양이, 코끼리, 심지어 사람에게서도 관찰되는 '최후의 단독 여행'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품었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치명적인 곤충병원성 곰팡이에 개미들을 노출시켰다. 그 결과 병에 걸린 일개미의 대부분은 죽기 며칠 전, 또는 몇 시간 전에 집을 떠나 무리가 먹이를 찾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일부 병원균이 감염된 개미의 행동을 조종해 멀리 돌아다니도록 함으로써 병을 확산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확인하기 위한 또 다른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이번에는 개미들을 이산화탄소에 노출시켜 수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실험을 했다.그러나, 이 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개미들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집을 떠났다.

병든 개미들이 다른 개미들에 실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집을 떠난다는 사실을 통해, 개미들은 홀로 죽기를 택함으로써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병이 무리에까지 퍼지지 않도록 끝까지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