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오해’라고?
한국경제, ‘오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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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점은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는 기사가 떴다.

잘못 알려진 것을 바르게 설명하라는 지시 자체는 충분히 할만한 것이다. 다만 과연 무엇이 잘못 알려졌다고 여기는지가 문제일 성싶다. 아마도 이날 발표된 1월말 각종 경제지표들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그걸 오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 점이 걱정스럽다.

한국경제의 현실은 정부와 메이저언론들이 무어라 당의정을 입히든 지금 춤추는 주가처럼 즐거운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기는 회복세라지만 과연 무엇을 회복이라고 봐야 하느냐는 관점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고 현재로서는 그 우려가 좀 더 현실성 있는 고민에 가까워 보인다.

일단 연초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걱정스럽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업자 수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10년 전이면 IMF 구제 금융을 받고 미처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시점을 말한다.

물가는 9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고 무역수지는 12개월 만에 적자를 냈으며 1월의 경상수지도 적자를 내다보고 있다는 보도다. 물가는 일단 전년 대비 리터 당 300원이나 오른 휘발유 값과 폭설`한파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등에 핑계를 대며 일시적 현상이라고 얼버무릴 수도 있겠다. 정부의 전망대로라면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유가 덕에 빵과 라면 가격이 내리면서 2월에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것이라는데 숫자는 그렇게 맞춘다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도 과연 그럴지는 ‘글쎄’다.

하지만 물가인상 위험을 무시한 채 수출기업 지원에 더 목매단 저금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무역수지 적자는 또 무슨 구실을 붙일까. 1월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4억6천800만 달러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연말의 밀어내기 수출이라는 계절적 요인 탓이고 2월이면 다시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럼 12개월 전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다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결국 연말에 무리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키웠다는 얘기밖에 안되는데 수출이 잘되고 있다거나 불필요한 수입이 줄었다거나 하는 믿음을 가져도 될까.

정부는 고용통계도 이례적, 일시적이라고 설명한다. 통계상의 실업자 총 숫자가 121만6천명으로 실업률이 5%대로 올라섰다. 이런 현상은 국회 탓으로 돌려졌다. 예산심의가 늦어져 희망근로사업과 청년인턴 사업이 1월 중 시행되지 못해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결국 정부가 한시적 일자리에 매달려 실업률을 그나마 낮춰왔다는 사실을 실토하는 셈이다.

정부는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살아나고 있으며 큰 흐름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니 2월에는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경제전문가들 중에 일시적인 여러 현상이 중첩돼 나타난 것으로서 확대해석할 일이 아니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경기지표들은 그렇게 정부의 바람대로 희망적이지 않다.

6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월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작년 10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며 100선에 육박하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12월에 0.3포인트나 하락했고 선행지수는 그 상승폭이 둔화됐다. 한마디로 기업의 현재 실정도 어렵지만 장차의 일에 비관이 커지고 있다는 불길한 징조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의 위태로운 경기회복세가 대외적인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운 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인정하고 개선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덮고 지나가기에 급급해 속으로 곪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경제개발을 해나가느라 수출일변도의 위태로운 외발자전거를 타던 당시의 한국이 아닌데 계속 그때의 ‘쉽게 가던 정책’에 사로잡혀 바닥을 다져야 할 필요를 외면하거나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성년 자식의 취업시험장도 모자라 직장까지 찾아가 간섭하는 기형적 모성을 보는 듯해 답답하다. 하기야 지금 세계의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시점임을 아마도 어느 나라든 정치인들은 결단코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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