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리딩뱅크'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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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연초부터 '리딩뱅크 징크스'
신한-시총, 우리-자산 '우위'
핵심변수는 우리금융 민영화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 대형은행들간 순위바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위기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엇갈린 실적은 시가총액은 물론 자산규모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빅3 은행의 '리딩뱅크' 선점경쟁은 은행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확정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KB금융 '내우외환'
주택은행과 합병 이후 10년 가까이 국내 '리딩뱅크' 자처해온 KB금융지주가 연초부터 '10년 리딩뱅크 징크스'에 빠졌다.

지난해말 통합은행 출범 8주년 기념사에서 강정원 KB금융 부회장(겸 국민은행장)은 "금융시장에서 10년 이상 1위 은행이 없었다는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

KB금융의 리딩뱅크 입지가 훼손된 것은 사상 최악의 실적도 원인이 됐지만, 금융당국과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시장의 우려도 한몫을 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은 사실상 '어닝쇼크'에 가깝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KB금융은 지난해 539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조원대의 실적을 기록한 우리·신한금융지주는 물론, 자산규모에서 절반에서 못미치는 외환은행(8917억원)에도 크게 뒤쳐지며 체면을 구겼다.

여타 은행과 비교해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했기 때문이라는 게 KB 측 설명이지만, 지나치게 소매금융에 쏠려 있는 자산구조가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자산관리에 실패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KB금융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촉발된 금융당국과의 갈등국면은 시가총액에 악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은 주식시장에서 올들어 29거래일 가운데 무려 19일거래일동안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국제금융시장 불안도  원인이 됐지만 금융당국과의 갈등관계에서 비롯된 리더십 공백 사태와 외환은행 인수의 불확실성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말을 전후로 '리딩뱅크'로서의 선제적인 움직임도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당국의 주택대출 금리 및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가장 먼저 대응한 곳은 기업은행이었으며, 국민은행은 외환·우리·신한은행 등에 이어 가장 늦게 주택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그나마 여타 시중은행 대비 0.1%p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실적부진에 따른 올해 기저효과가 예상되는데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후임인선이 마무리될 경우 금융권 안팎의 우려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연구원은 "올해에는 CEO의 공백도 메워지고 외환은행 매각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1분기부터는 실적도 상당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CEO가 누가 되더라도 막강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추가적인 대형화 및 겸업화 등에 가장 적극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신한-우리 '각축전'
KB금융이 내우외환에 몸살을 앓고 있는 틈을 타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리딩뱅크' 입지를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자산규모에서는 우리금융이 '리딩뱅크' 입지를 꿰찼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조26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대비 126% 향상된 실적을 자랑했다.

특히 우리금융의 지난해말 총자산은 318조원으로 경쟁사인 KB금융(316조원)과 신한지주(304조원)을 앞질렀다. 우리금융은 2008년말에도 총자산 325조원으로 KB금융(320조원)을 앞섰으나 분기중 KB금융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우리금융의 자산규모 1위 입지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에는 전산센터 매각익(1350억원)은 물론, 포스코(991억원), 현대종합상사(409억원) 등 유가증권 매각이익 등 비경상 매각익이 62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타 은행 대비 충당금적립에 소홀했다는 점도 실적개선 추세에 부담 요인이다. 실제 우리금융의 금호관련 익스포져는 2조6000억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지만, 이에 대한 충당금 적립율은 14%에 그쳤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25%, 33%를 적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관리를 위해 리스크관리 부문을 희생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지난 11일 기준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20조원대로 KB금융에 1조원, 우리금융에는 9조원의 격차로 앞서고 있다.

신한지주의 경우 여타 은행과 달리 M&A 이슈가 전혀 없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익안정성이 시장의 우호적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실적 역시 1조3053억원으로 은행권 최고의 수익창출력을 과시했다. 특히 카드부문 실적이 은행부문 실적을 1000억원 이상 앞지르며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한정태 연구원은 "신한지주의 올해 순이익은 2조대 회복이 예상된다"며 "카드를 비롯한 자회사의 실적도 꾸준하게 유지되겠지만 은행의 순이익도 본격 회복되고,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증권과 캐피탈사의 분발도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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