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실적 부진에도 배당 잔치…효과 '미미'
진로, 실적 부진에도 배당 잔치…효과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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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이 주주환원정책 압도"
투자의견 '매수'→'보유'…목표가'↓'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진로가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 잔치에 나섰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풋옵션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주가를 예상 행사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주환원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 실적이 '어닝 쇼크'수준이어서 실적 부진이 주주환원정책을 압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점유율 하락도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로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작년 당기순이익 1213억원의 69%인 839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1주당 배당금은 보통주 2000원, 우선주 2050원으로, 보통주 시가배당률은 4.8%에 이른다.

그러나 막상 진로의 현재 상황은 배당을 실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진로의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이었기 때문.

지난해 진로의 매출액은 681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2% 줄었으며 영업이익(1141억원)과 순이익은 각각 21.1%, 21.6%나 급감했다.

소주시장 침체로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 롯데소주의 수도권 판촉 강화로 판촉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할 경우 통상 기업들은 배당금을 줄이거나 배당 자체를 실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진로는 이익의 69%를 배당키로 했다. 이는 작년 10월 기업공개(IPO) 때 약속한 '배당성향 50%'보다도 많은 액수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배당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진로의 사정이 있다. 바로 지분 53%를 보유한 대주주 하이트홀딩스 때문이다.

하이트맥주는 지난 2005년 8월 교원공제회 등 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법정관리 상태인 진로를 3조4000억원(자본투자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진로 상장시 투자금액(취득가액)에 연복리 8%를 적용한 가격 이상에서 공모가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하이트가 이들의 주식을 이 가격에 모두 사들이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상장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실제로 공모가격이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가격에 미치지 못하자 하이트 홀딩스를 상대로 옵션을 행사했다.

하이트 맥주와 진로에서 들어오는 배당금과 로열티 외에 수익원이 없는 하이트홀딩스는 공모가와의 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대규모 외부차입에 나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하이트홀딩스의 차입금 작년 2분기 5200억원에서 지금은 79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상태다.

여기에 FI들의 풋옵션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아 진로는지금의 주가를 예정 행사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진로의 남은 FI인 리얼디더블유(사모펀드)와 신협중앙회는 각각 올 7월과 4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지분 10%를 보유한 리얼디더블유의 행사가는 5만8000원, 3%를 보유한 신협 행사가는 5만6000원이다.

5일 종가(3만7700원)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이트홀딩스가 추가로 물어야 할 돈은 850억원이 넘어 재무부담이 더욱 커진다. 다만 풋옵션 행사가 산정시 진로의 기존 배당금만큼은 제외된다.

하지만 이같은 고배당이 진로의 주가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KB투자증권은 8일 진로에 대해 실적 부진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압도한다고 평가하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목표가를 기존 5만1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각각 낮췄다.

이소용 연구원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실적 부진이 주가 상승을 이끌기에는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보다 가파른 것도 우려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점유율 하락에 따른 진로의 실적악화가 우려된다"며 "진로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5% 감소한 270억원으로, 유통재고 감축에 따른 매출감소(29%)가 주원인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51.4%에서 지난연말 48.0%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이 연구원은 설명이다.

그는 이어 "진로의 시장점유율을 올해와 내년 각각 51.0%, 51.5%로 예상했으나, 이를 49.0% 49.5%로 조정했다"며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도 13.1%, 15.5% 하향조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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