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를 더 집중시키면 잘될까?
富를 더 집중시키면 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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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따르면 대기업과 대학을 위주로 제공하게 될 산업단지가 축구장 1721개의 면적이라고 한다. 그 넓은 땅을 50만 평방미터 이상 구매하는 곳에 대해서는 조성원가의 1/3~1/6 가격에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붙였다.

당초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으로 한정했던 원형지 개발자에 정부 요청에 따라 공장 이전 내지 신설을 하려는 대기업과 대학 등을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으니 필경은 대기업들을 위한 잔치마당이 될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대규모 부지를 대기업들의 부동산 수익을 올리는 데 털어 넣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대기업과 명문대학들의 폭리 규모가 고려대와 카이스트는 1조5909억 원, 삼성`한화, 웅진, 롯데 등 대기업은 1조35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민들 대다수는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바람에 먼저 쓰러지고 나중에 일어서는 김수영의 풀잎처럼 경기후퇴에 먼저 타격을 받고 경기회복에는 막차를 타는 중소기업들도 아울러 곤궁해지고 있다. 그런데 그 가난해져만 가는 국민들의 주머니 털어 쌓은 세금은 대기업들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몰아주기를 하는 꼴이다.

물론 박정희 시대의 경제개발도 그렇게 전체 가난한 국민들의 주머니 쥐어짜 외채 갚으며 경쟁력 있는 대기업 길러낸다는 소위 불균형 발전론에 입각해 고도성장을 일궈냈다. 그리고 그 신화에 사로잡힌 MB정부와 그 당시의 단맛에 빠져 사는 이 사회 기득권층들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발버둥치고 있다.

그때처럼 고도성장을 이룰 수만 있다면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박수를 칠지 모르겠다. 지난 대통령 선거도 그런 욕망의 결과였으니까.

문제는 이게 우리 사회를 속으로부터 골병들게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지금 일본이 그런 병증을 우리보다 앞서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1억 중산층의 나라라는 일본 신화가 지금 심각한 균열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도성장기의 일본이야말로 “나라는 부자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고 표현되던 사회다. 그걸 또 좋은 것이라고 유신시절 우리의 메이저 언론들은 우리도 부자 나라가 되기 위해 국민은 좀 더 가난해지자고 부추겼었다.

그런데 2차 대전 패전국의 폐허 위에서 일어나 200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세계 3위의 국가로 올라서는 기적적 성장을 이룬 일본이 2006년 18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OECD내 랭킹이 그렇다는 얘기다.

20년간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황 시작 10년 후부터였다. 지금 고도성장의 페달이 멈춘 한국의 국민들이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가난의 고리에 걸리게 될지를 가늠해보게 하는 전례다.

물론 고도성장이 멈췄다고 다 일본 같아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일본식 국가경제 운영방식을 답습해나가기 때문에 일본의 전철을 밟을까 더욱 염려가 된다는 의미다.

지금 일본은 상대적 빈곤율이 98년 14.6%, 2001년 15.7%, 2007년 15.7%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인구 6명 당 한명은 생계가 곤란하다는 얘기다. 덩달아 지니계수도 증가해 소득불평등이 상당하다는 0.4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생계가 곤란한 이들의 83%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더욱 문제라고 한다. 아무리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연간 소득 100만 엔 이하 근로빈곤층이 양산되면서 일본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늘면서 직장도 불안하고 소득도 줄어든 젊은이들이 결혼도 못하고 따라서 출산도 줄어드니 노령화는 가속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일해도 생존에 급급하다보니 젊은이들의 근로 의욕은 나날이 떨어져간다. 일할 의지를 잃은 니트족, 아르바이트에만 기대 사는 프리터족 등 신조어들은 양산되지만 지금 일본 사회는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는 다를까? 그래서 한국은 정부와 기득권 층이 앞장서서 고도성장의 꿈을 다시 꾸자고 경제개발 시대로 돌아가자 한다. 인류의 기술은 갈수록 미래를 향해 달리는데 한국 정부의 정책은 자꾸 30년 전의 꿈에서 헤맨다. 저들은 정말 이게 답이라고 믿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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