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소동 '유감'
대학 등록금 소동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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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요즘 등록금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는 흐름 속에 연세대학교가 유독 등록금을 2.5%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동결 흐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 아닌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등록금이 아주 싼 편”이라고 가난한 서민들 가슴에 하이 킥을 날린 대학교육협의회 이기수 신임 회장의 발언이 덧붙여지며 세상을 조금 더 시끄럽게 만든다.

최근의 추세를 다시 되짚어보자면 이미 지난해 등록금을 동결했던 이화여대, 서울여대, 숙명여대를 포함해 서울 10여개 대학, 경기 남부권의 몇몇 대학 등이 정부 요청에 따라 올해의 등록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가 잇달아 아직 완전히 회복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제위기 상황에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연세대가 제동을 걸고 나서자 연세대로 쏠리는 여론이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연세대는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내세우며 2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할 경우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등록금 인상 때마다 재정적 어려움을 핑계대지만 실제 재정운영 상황은 공개된 적이 없다”는 비판이 가해진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대학정부 공시사이트인 ‘알리미’에 따르면 2008년말 기준 누적적립액이 4,459억 원으로 이화여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학생들도 반발한다. 학교측의 등록금 인상에 동의해준 총학생회에도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생 등록금으로 대학의 진정한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수채용이나 교재마련 등에는 소홀한 채 건물 신축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한다.

실상 몇몇 명문대학들을 중심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동창회를 총동원해가며 건물 신축 비용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섰고 대학 내 녹지공간들은 그에 반비례해 점점 사라져갔다. 돈많은 동창의 숫자에 비례해 대학은 황폐화되어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학이 더 이상 아카데믹한 공간으로 남기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래도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서울의 대학들은 의도했든 아니든 캠퍼스의 녹지공간만으로도 지역에 적잖은 봉사를 해왔다. 이제 그런 시절은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의 낭만도 줄어갈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용돈의 일부에 불과했지만 졸업한 대학에 건물 신축 비용 모금에 참여했던 필자의 개인적 소회로만 보자면 그런 모금에 동참한 것이 적잖은 잘못이었다는 반성이 되곤 한다. 고등학교까지 입시경쟁 외에는 다른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정서적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던 여유로운 공간을 침식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괴감인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동창들 주머닛돈만으로는 성에 안차 학생 등록금으로 또 무슨 건물 경쟁을 벌이려는 것인지 섬뜩하기 조차 하다.

학교는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 아니다. 그런 길로 가서도 안 되고 그렇게 사회가 용인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돈을 쌓아두고 등록금을 더 올려야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질 높은 교육은 대체 누구에게 제공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공식적 실업자 수가 100만을 넘겼고 대중 미디어들이 말하는 실질적 실업자 수는 400만을 넘었다는 시절이다. 30, 40대 실직자들이 학생들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밀려들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대학생 자녀를 둔 40, 50대 부모들의 실직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줄어든다는 기막힌 현실이다. 일을 갖고 있는 부모들도 소수의 상위 소득자들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실질적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을 한다 해도 학생들의 사고는 파편화되고 메마를 위험이 커진다. 대학생활의 목표는 오직 취업이고 다른 창의적 발상으로 세상을 바라볼 여유는 사라지기 쉽다. 그런 그들에게 얼마나 대단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 청사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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