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하이닉스, 2차 매각도 '불발'?
'애타는' 하이닉스, 2차 매각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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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수의향서 제출앞두고 인수주체 '부재'
"가격보다 인수 후 시설투자 비용이 문제"

[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하이닉스의 인수합병(M&A)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이미 지난해 효성의 인수철회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매각을 앞두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인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을 앞둔 하이닉스에 아직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참여할 때에도 마지막 날 인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업황이 당시보다 회복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아 보인다.

최근 하이닉스 채권단은 기업설명회를 열고 하이닉스 채권단 보유지분(28.07%) 가운데 최저 15% 매각도 가능하며, 일부 지분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보장하며 인수자금까지 지원하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잔여지분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매각 제한을 두거나 콜-풋옵션을 부여하는 인수 구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2조 7990억원의 사상최고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3분기보다 무려 238%나 급증하며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흑자전환을 이끌었다. 최근 D램 가격이 상승하는 등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하면 하이닉스의 이런 인수주체 '실종'은 다소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부문은 경기민감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뜻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고, 경기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을 인수하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상당한 투자규모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기업들은 지분 일부 매입으로 당장 인수 부담이 줄어들더라도 하이닉스 인수 후 해마다 2조 원가량 시설투자 비용이 들어갈 뿐만이 아니라, 반도체가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인 만큼 앞으로 1~2년 뒤에도 좋은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인수를 꺼리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감일까지 가봐야 윤곽을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각 전망이 밝지는 않다"면서 "현재 일부 기업들에 물밑작업을 시도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재 LG, 한화 등 대기업 2~3곳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법규를 감안할 때 LG그룹의 하이닉스 인수건은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LG그룹 내 하이닉스 인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움직임 역시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어 "LG그룹의 핵심 사업은 LCD, 핸드셋, 석유화학 등 경기민감 산업에 집중돼 있어, 사업변동성이 높은 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까지 추가될 경우 업황에 따라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리스크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LCD, 반도체 및 석유화학이 동시에 경기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그룹의 안정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어떤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라며 섣부른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초기 인수비용이 낮아잔다고 해도 향후 설비투자(CAPAX)문제가 인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수전에는 국내뿐 만이 아니라 외국의 재무적투자자(FI)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실제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직 시장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이닉스는 매각 불확실성 우려가 부각되며 전날보다 2450원(-9.4%) 내린 2만 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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