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사회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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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초에 등장하는 뉴스 가운데 아직 신나는 소식은 없다. 통계수치들은 오히려 암울한 분위기로 우리를 짓누른다.

사실상의 실업자가 4백만을 넘어 인구 열 명당 한명은 백수라는 식의 보도가 줄을 이어 쏟아졌다. 통계청이 내놓은 공식통계상의 실업자 수 89만 명의 4배가 넘는 수치다. 따라서 이 통계수치의 근거 및 진실성 혹은 그 의도를 놓고 논란도 인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말 실업급여 신청자가 100만을 넘어섰고 여전히 실업급여 대상조차 못되는 1년 미만의 비정규직 퇴출자들의 숫자를 더하면 높은 실업률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식 통계상 등장하는 실업률은 한 달도 쉼 없이 부지런히 구직활동을 하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산정되는 것이어서 아예 취업노력을 할 의욕조차 꺾여버린 계층을 포함시키면 어떻든 현재의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떻든 그런 우울한 보도에 올해 상장사 대졸 신입사원 채용은 11.5% 감소할 전망이라는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 발표가 뒤따른다. 실업자 수가 줄기는커녕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상의 실업인구 400만 시대라니 당연히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예금기관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중 11월말까지 11개월 동안 30조7천억 원이 늘어 가계대출 총잔액이 546조7천억 원까지 늘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다. 올 들어 발표됐지만 지난해 11월 통계이니 무의미하다고 말할 형편은 물론 아니다.

그나마 이런 부채는 전적으로 예금기관 부채에 국한된 것이다. 긴급 생활자금을 필요로 하는 계층의 부채가 예금기관 대출에 그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런 계층일수록 예금기관 대출로부터 소외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지금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시대의 혜택과는 무관한 고리의 부채로 허덕일 위험이 높다. 그런 부채 규모가 얼마인지는 어느 기관에서도 조사할 생각조차 않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자면 이런 저소득 실업자 가구의 부채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심각한 상황이 발견된다. 가계부채 증가분의 주종은 주택담보대출로서 계속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가계대출 30조7천억 원 가운데 27조5천억 원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택투자수요가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전체 증가분 중 28조1천억 원이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데다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상당 수준 타당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긴급 생활자금 수요가 발생하는 집단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실업상태가 장기화되면 생활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이 이용되기도 한다.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 경영인들은 신용대출이 어려워 자기 집을 담보로 돈을 융통하는 일이 흔하다. 이 경우 사업자등록증 대신 개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 예가 많다.

한편에서는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투기적 대출증가가 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급한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제 살 깎기 식 대출도 늘어나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더 많이 벌기 위한 대출의 증가는 버블을 불러오고 살아남기 위한 대출의 증가는 커지는 버블과 더불어 이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양극화시켜 갈 수밖에 없게 한다.

이런 양극화된 사회의 슬픈 자화상 가운데 하나가 통계청의 높은 실업률 통계 발표가 나자마자 증권시장에서는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높은 실업률 수치는 경기회복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정부의 출구전략은 지연될 것이고 따라서 저금리시대에 유동성 자금들은 주식시장에 더 오래 머물 것이라는 풀이다.

이처럼 사고방식 자체로도 서로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간격이 벌어져버린 양 계층 사이에서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명치끝을 짓누르는 체증처럼 답답하기 그지없다. 선거를 앞두고 어떤 마법적 숫자들이 창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현재 정부가 내놓는 실업대책은 여전히 1년 미만의 임시직 일자리로 실업률만 낮추자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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