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KB금융 길들이기 '교각살우' 될라
금융당국 KB금융 길들이기 '교각살우'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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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관치금융 논란 불구 '姜 죽이기'
회장-행장 리더십 공백사태 지속
시장재편 염두 '계산된 시니리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KB금융의 인사권 개입 의혹으로 불거된 '관치금융' 논란이 갈수록 파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민간 금융사 길들이기가 금융산업의 판도까지 뒤엎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산업 재편을 위한 청와대發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10년 징크스 현실화?
올초 강정원 KB금융 회장 대행(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는 통합 3기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10년 이상 1등 은행'의 성공신화를 창조하기 위한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은행산업을 주도했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모두 10년 이상 '리딩뱅크'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외환위기를 전후로 몰락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강 행장이 지난 2004년 이후 국민은행장 연임에 이어 3연임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KB금융 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 역시 외환은행 인수 및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해서는 은행장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올해는 외환은행 매각은 물론 정부의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로 은행권의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한지주 및 우리금융지주와 간발의 차로 리딩뱅크를 수성하고 있는 KB금융으로서는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셈이다.

시장에서도 KB금융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금융권 M&A를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교각살우' 우려속 '예정된 시나리오' 관측도
그러나 지난해말 금감원의 KB금융 및 국민은행 사전검사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치상황은 KB금융을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 KB금융의 '리딩뱅크' 입지가 올해를 기점으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인사권 개입에 따른 황영기 전 회장의 사퇴와 강정원 행장의 회장 내정자직 사퇴는 KB금융의 리더십을 수개월째 공백 상태로 만들었다. 그동안 확실시 돼 왔던 KB금융의 푸르덴셜증권 인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리더십 공백사태에 기인한 결과다.

내부에서는 국민은행장 자리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강 행장의 경우 아직 임기가 10개월여 남았지만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국민은행의 종합검사를 앞두고 강 행장과 관련된 각종 불법 의혹이 금감원에 접수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당국과의 대치상황에 부담을 느껴온 강 행장의 조기 사퇴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KB금융은 말 그대로 '선장없이 떠도는 배'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만약 KB금융의 리더십 공백 사태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금융당국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CEO 자리에 앉더라도 반발은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KB금융 사태를 통해 '관(官)의 힘'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금융 민영화를 계기로 자칫 줄어들 수 있는 영향력을 되레 확대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KB금융 사태를 금융산업 재편 시나리오와 연계짓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부의 눈밖에 날 수 있는 '관치금융' 논란을 무릅쓰고 굳이 민간금융사 CEO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겠냐"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또다른 수를 염두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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