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한달..서민금융은 아직 '싸늘'
미소금융 한달..서민금융은 아직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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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ㆍ저소득층의 자활자금을 지원하는 미소금융사업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원실적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혹한 속에서도 저리(연 4.5% 이내) 창업자금을 지원받고자 미소금융재단 지역법인을 방문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상당수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창업자금의 50%를 확보하고 있어야 대출을 해주는 등 미소금융 대출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측은 미소금융 수요 충족을 위해 상반기 중 지역거점 40개를 신설하는 한편 대출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신청자 '북적북적'..대출실적은 1억원 미만
14일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미소금융재단 지역지점을 방문해 상담 접수를 한 인원은 5천872명에 달한다.

방문자가 너무 많아 상담 접수도 못 하고 돌아간 이들을 제외한 수치다.

이중 신용등급과 필요자금 등을 토대로 지점에서 1차 심사한 결과, 일단 대출 가능자로 분류되는 신청자는 1천938명(33%)이었다.

대출 적격자 가운데 13일까지 ▲지원 적격검토 ▲컨설팅과 상담 ▲본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대출을 받은 사람은 20명, 대출금액은 총 9천800만 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심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무등록사업자 대출(500만 원 한도)이 대부분이어서 1인당 대출금액이 적다"며 "앞으로 다른 창업자금 대출이 나가면 지원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소금융 대출상품에는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대출 ▲창업 임차자금 대출 ▲시설개선자금 대출 ▲운영자금 대출 ▲무등록사업자 대출 등이 있다.

대출한도가 500만 원인 무등록사업자 대출은 대출심사 기간이 2주일 정도이나 대출한도가 1천만~5천만 원인 나머지 상품은 한 달 정도 걸린다.


◇"지점수 늘리고 전국으로 확산해야"
지난달 15일 삼성미소금융재단(수원 소재)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설립된 기업ㆍ은행 미소금융재단(지역지점 포함)과 미소금융중앙재단 지역지점은 총 19개다.

지역 거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저신용ㆍ저소득 계층이 창업자금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지역 거점 19곳 중 12곳이 수도권인 지역 편중 현상을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이 설립한 미소금융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역지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 계신 분들이 대출을 받고자 상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를 감안해 앞으로 지방 소재 지점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소금융중앙재단도 지역 거점의 전국 확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다음 주부터 준비해 이달 말에 2차 지점 모집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준비 작업을 거쳐 2월 말까지 지점 선정을 끝내 상반기 중에 개점하는 지점이 40개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한 "1~2개 기업들이 추가로 미소금융재단 설립 의사를 표명한 상태"이라고 전했다.


◇"미소금융 자격요건 완화해야"
미소금융 대출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도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에게만 대출해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창업자금을 50% 이상 확보하고 있어야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고 있어야 운영 및 시설자금 대출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1년 이상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랜차이즈 창업자금도 현재 대출이 가능한 프랜차이즈 수가 9개에 불과하며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창업하려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미소금융 대출을 받으려면 보유재산이 8천500만 원(대도시는 1억3천500만 원) 미만이면서 보유재산 대비 채무액이 50% 이하여야 한다.

또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전산망에 연체, 대위변제, 부도 등 신용도 판단정보와 국세 및 지방세 체납정보, 파산 등 공공정보가 등재된 사람도 원칙적으로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없다.

김 이사장은 "미소금융 출범 1개월간 대출기준에 대한 불만이 많았으나 사업 초기에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 도덕적해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만 2월 말쯤 대출 기준이나 개선점 등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지점 개설하느라 급급했고 사업 참여자들의 연수도 해야 했다"며 "몇 개월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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