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年 초입 '잘 되는 듯 찜찜한 까닭?'
경인年 초입 '잘 되는 듯 찜찜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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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연초는 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얼핏봐서는 MB정부의 뜻대로 잘 진행돼 가는 듯이 보인다.

세종시 문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반발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지만 재벌그룹들의 적극적 호응에 힘입은 정부가 뜻대로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진행돼 가는 양상이다. 게다가 구체적 내막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해까지 후퇴 내지 답보상태를 보이던 남북관계도 남과 북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일보 전진의 징조를 보이고 있어 정부가 후련해졌겠다.

오래 끌었던 용산참사 사망자 장례식도 지친 유가족들의 체념 속에 치러졌다. 지난 연말 한국노총의 타협과 여당의 단결 속에 야당 소속의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당과의 협의 없이 내놓은 중재안까지 보태져 노동관계법 처리문제도 정부 뜻대로 처리됐다.

이제 남은 것은 4대강 사업과 지방선거다. 그러나 4대강 사업도 여당의 압도적 표의 우위 속에 다소의 진통은 겪겠지만 결국 뜻대로 진행돼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지방선거는 MB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띤다. 그렇지만 이제 어떻게든 경제성장의 수치만 맞춰놓으면 지방선거도 문제없다는 자신감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경제성장의 낭보보다 더 큰 표 값은 없을 테니 말이다. 더욱이 여당 표밭이 더 넓은 상황임에야 조각난 야당쯤 못이길 이유가 없다고 여길 법하다.

스스로 한국경제를 견인해 나간다는 자부심을 여지없이 드러내온 재벌기업들은 이미 MB정부와 충분히 밀착돼 행보를 맞춰가고 있다. 수출물량의 현지생산을 늘려나가려는 재벌기업들에게 이 정부는 노동관계법 개정, 물가불안을 외면한 채 계속되는 금융완화 기조 유지 등을 통해 충분한 뒷바라지를 해줬으니 그만한 보답은 할 만하겠다.

그런데 과연 현재 드러나고 있는 현상처럼 MB정부는 올 한해 신나는 행보를 펼쳐갈 수 있을까. 급한 걸음일수록 제 발에 걸려 넘어지기 쉬운 게 상식인데 얼마나 차분하게 이런 일들을 펼쳐 나갈 수 있을는지 흥미가 인다.

정치`사회 부문은 차치하고 경제 부문만 한번 생각해보자. 정부는 세계 경제도 호전될 것이라 하고 특히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는 선도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데 과연 정부 뜻대로 될 것인지를 따져보자.

우선 올 한해 재벌들은 과연 얼마나 한국경제에 기여하게 될까. 재벌들은 어떻든 올 한해 장부상으로나마 투자를 늘릴 것이다. 문제는 그 투자 가운데 국내 투자가 얼마나 늘 것이냐 하는 점이다.

MB는 올 한해 민생 부분에 주력해 일자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고 그런 발표가 아니더라도 선거를 앞둔 시기이니 당연히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할 것이다. 그런데 재벌들이 올해 국내 일자리를 늘릴 투자가 시작될 수 있을지는 아무리 봐도 회의적이다.

재벌들은 이미 오그라드는 국내 시장보다는 넓은 시장에 직접 생산시설을 늘려나가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여기고 생산시설 투자를 할 해외 기업들이 있을 성 싶지도 않다.

다만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 일용직 위주의 일자리는 생길 수 있겠으나 안정적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저렴한 값에 땅을 제공하겠다는 세종시에 투자하겠다는 재벌들의 실질적 투자가 이루어질지 의심스럽다. 시설투자보다는 부동산 투자의 호기라는 데 더 천착하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 세계경제는 소비능력이 큰 시장에 생산시설도 늘어나는 새로운 트렌드를 보인다. 중량도 적은 저가상품이 아닌 바에는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찾아다니기보다 소비자가 있는 시장 가까이에서 생산해 물류비용도, 환리스크도 줄이고 야금야금 쌓이는 무역장벽에도 대처하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시장은 영향력 있는 대기업들이 투자할만한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가. 지난 2년간 한국시장의 소비여력은 곤두박질 쳤다. 그것도 모자라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가려는 시도에 발동이 걸렸으니 소비여력은 더 추락할 가능성만 더 커지게 됐다.

올 초는 아무래도 망상을 꿈과 혼동하지 않을 정부를 기원하며 시작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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