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욕조 속의 금붕어
거품 욕조 속의 금붕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년 연말, 정부 발 낭보(?)에 뒤이어 재계에 희비가 엇갈리는 두 가지 뉴스가 생산됐다.

정부가 내놓은 낭보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국(UAE)의 47조원(400억 달러) 규모 원전 수주공사를 대통령이 나서서 확실하게 따냈다는 것이다. 재계 뉴스로는 한창 신나게 덩치를 키워가던 금호그룹이 드디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소식과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단독 사면됐다는 것이다.

이 각각의 뉴스들은 서로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 일정한 패턴 혹은 동질의 카테고리로 묶을 연결고리가 발견된다. 거품의 위험이 감지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정부며 언론은 낭보로 분류하는 UAE 원전 수주가 마음놓고 기뻐만 해도 좋은 사안인지부터 문제다. 국내에서는 두바이와 UAE를 분리해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두바이는 UAE에 속해 있으며 두바이 신화가 지불유예로 거품붕괴를 겪는 동안에도 UAE는 자체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그런 UAE의 대규모 원전을 수주한 것이 얼마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진행되는 것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을 하던 시절 이란에서의 도박에 가까운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고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전례를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현 MB 정부 임기 내에는 여전히 좋은 홍보 거리가 되겠으나 그 후 정권이 누가 됐든 그 덤터기를 고스란히 뒤집어 쓸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권여당의 재집권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국가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또 하나의 선택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속에 내재돼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들이 적지 않다. 우선 UAE 원전 수주를 위해 발품 팔아 열심히 뛴 삼성과 현대는 그 공을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헌납했다. 기업은 사라지고 대통령의 치적만 부각시키는 그런 홍보전이 벌어지는 뒤 끝에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이 발표됐다.

물론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오래전부터 청와대에서 준비해온 것이라는 소문들이 들린다. 그에 대한 답례로 UAE 원전 수주의 공을 헌상한들 삼성으로서는 전혀 아까울 게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건희 전 회장을 사면함으로써 IOC 위원 자격의 복권을 기대하고 그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용이하게 한다는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건희 전 회장이 구속되기 전, 앞서 평창이 두 차례에 걸쳐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뛸 때도 그는 IOC 위원이었으나 큰 보탬을 주지 못했다. 물론 특별사면에 대한 감사의 선물을 위해 이번에는 좀 더 열심히 뛸지 모르겠지만 이번 특별사면의 구실로는 썩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관련해 또 다른 의심으로는 첨예한 정치적 쟁점의 하나가 돼 있는 세종시에 삼성그룹의 대규모 사업을 유치하는 빅딜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있다. 삼성이 차세대 산업으로 추진 중이라는 생명공학분야 사업을 세종시에서 시작하게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사이 갑자기 몸집을 과도하게 부풀려가던 금호그룹이 결국 그 거품이 꺼지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 것에서 보듯 거품으로 포장한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거품을 키워 성과인양 부풀리고 그런 결과를 성과로 홍보하는 일에만 관심을 쏟는 듯해 안타깝다.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홍보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다. 무조건 밀어붙이고 홍보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해 보이지만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더 인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4대강 사업만 해도 한반도 대운하 계획이 도저히 뚫고 가기 힘들어지자 당초 사업의 극히 일부분만 제외시킨 채 4대강 사업으로 포장만 바꿔 밀어붙이고 수질개선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다. 성과는 부풀려 홍보하면서 동시에 예산은 여기저기 찢어놓아 실제보다 축소된 것으로 포장한 것도 기가 막히다.

그런 거품을 가득 안고 2010년은 시작됐다. 2010년을 과연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지,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단해지지 않을지, 걱정은 늘어만 가는 속에서 그렇게 새해를 맞았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