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워크아웃' 전격 결정, 왜?
금호그룹 '워크아웃' 전격 결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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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타이어 '유력'..."'SK네트웍스' 사례 벤치마킹 경영권 유지 목적" 관측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일부 계열사에 대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이르면 내일(30일) 공식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호의 갑작스런 '워크아웃'으로의 방향 전환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받고 있다.

29일 재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30일 금호산업의 이사회를 열어 '워크워웃'을 결정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워크아웃이 결정된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2곳 이상이며, 금호산업과 금호타이가 유력시되고 있다.

다만,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을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놓고 그룹측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워크아웃' 추진의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한편, 금호그룹은 또 대우건설을 산업은행 PEF에 넘기는 방안 및 워크아웃과의 우선순위도 동시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가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사실상 무산된 대우건설 매각. 연내에 하겠다던 최종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이 사실상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내년 1월 15일 풋백옵션 행사가 구체화되면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등은 자본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호그룹의 부채는 모두 18조원. 워크아웃을 통해 3조원 이상의 부채를 출자전환할 경우 대우건설 풋백옵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 대상으로 정한 것은 금호계열사 중에서도 단기차입금 규모가 가장 많아 유동성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만기 1년 미만 단기차입금은 2008년말 2174억원에서 2009년 3분기말 6467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호타이어의 단기차입금도 4239억원에서 8070억원으로 두배 가량 늘었고,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단기차입금 규모도 3970억원으로 2008년말 1680억원보다 약 두 배 증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2금융권과 사채시장에서 1개월 기업어음(CP)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운영자금 부족 등으로 12월 임금지급을 내년 1월초로 연기했을 정도다.

한편, 그동안 금호그룹과 주채권인 산업은행 등은 최근 대우건설을 산은 주도의 PEF넘기는 방안 및 유동성이 급한 일부 계열사에 채권은행이 출자전환을 하고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 등 구조조정 방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으나, 경영권을 넘기는데 대한 금호측의 반발로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었다.

이에, 금호측이 갑자기 워크아웃이라는 카드를 선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신회한 이유가 무엇인가가 관심사인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기업이 정상화된 후 경영권을 되돌려주는 조건부 출자전환이나,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대주주가 기업 정상화를 위해 개인 재산을 쓰는 방안 등 여러가지 선택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

금호가 일부 부실기업을 채권단에 맡기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과거 SK 사례처럼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SK네트웍스의 부실로 인해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했던 SK그룹은 SK네트웍스를 채권단에 넘겨 출자전환을 추진함과 동시에 오너가 적극적으로 자구노력을 했고, 당시 채권단은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SK네트웍스의 지분중 일부만 기관투자가에 팔고, 계속 보유하면서 SK그룹이 SK네트웍스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같은 방식으로 SK네트웍스는 조기에 워크아웃을 벗어나는데 성공했고, 결국 SK그룹은 SK네트웍스의 경영권을 지켜냈다.

금호그룹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한다해도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예견하고 있던 상황인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한편,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은 재계에 M&A 등 과도한 '덩치키우기'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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