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이건희, 향후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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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동계올림픽 유치에 주력할 듯

지난 8월 재상고 포기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의 유죄가 확정됐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4개월여 만에 정부의 특별 사면.복권 조치로 마침내 '전과'의 꼬리표를 떼게 됐다.

이에 따라 김용철 전 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사태로 지난해 4월 삼성 경영에서 물러났던 이 전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측은 이 문제에 대해 "당장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자유로운 몸이 된 이 전 회장이 어떤 형태로든 지난 1년8개월의 공백기보다는 좀 더 명시적으로 그룹의 경영문제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삼성은 "정부.국민에 감사"..당분간 올림픽 유치에 치중할 듯 = 그간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의 고위 경영진들은 그룹의 전략경영을 위해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그러나 일단 회사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 특별사면 명분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것인 만큼, 당장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보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을 재개하며 올림픽 유치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를 통해 성과를 낸 뒤 이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공식직함을 갖는 것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은 또 하나의 사면명분인 '경제살리기'와 더불어 '이재용 체제' 첫 해의 성과를 내기 위해 과감한 공격경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이 쇄신안을 내놓으면서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던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 일부(1조원 가량)의 용처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 측은 일단 이런 세부적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날 '비공식 논평'임을 전제로 "정부 관계자와 국민께 감사한다"며 "앞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에서 이 전 회장의 첫 행보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다음달 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10 국제가전쇼(CES)'에 이 전 회장이 아들인 이재용 부사장과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확정되지 않았으나 참석하는 것에 대비해 회사 차원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CES 참석이 성사되면 사면 후 국제무대에 처음 데뷔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전 회장의 다음 행보는 캐나다 밴쿠버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특별사면의 배경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인 만큼 내년 2월 밴쿠버 동계 올림픽 때 열리는 IOC 총회에는 그가 반드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밴쿠버 IOC 총회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IOC 총회라는 점에서 이 전 회장의 참석은 확정적이다.

◇ 경영복귀하나 = 삼성은 지난해 4월22일 이 전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의 폐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고리 끊기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내놨다.

이 전 회장은 이번에 사면.복권 은전을 입어 최소한 법적으로는 경영복귀에 장애물이 없어진 셈이다.

이 전 회장은 퇴진 선언 후의 1년8개월의 공백기에도 여전히 대주주로서 삼성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월 삼성전자의 냉장고 폭발 소식을 듣고 이 전 회장이 '대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담당 임원이 해임되는 등 사내에 후폭풍이 불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이 다시 '그룹 회장'의 직함을 쓰거나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다시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더라도 이는 외관상의 효과일 뿐, 실질적인 의미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원래부터 거대기업 삼성의 세세한 일에까지 신경쓰기보다 미래전략 등 '큰 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의 회장직 복귀보다는 항간에서 계속 제기됐던 옛 '전략기획실'의 부활 가능성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의 재벌그룹에서 총수가 총수로 기능하려면 보좌할 '사령탑'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굳이 전략기획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이 부활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거나 기존 조직 가운데 이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재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런 분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올해 모두 한 단계씩 승진하며 '3세 경영'을 향해 한 발 다가선 점도 이 전 회장의 향후 역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이 전 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한 것이 45세 때였고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현재 41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자격으로 일을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룹의 미래구도와 관련해 '권위'를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른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이전의 자리로 복귀하는 것에 다소 부담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명예회장 타이틀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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