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부는 '관치금융' 걱정, 왜?
은행권에 부는 '관치금융' 걱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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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 이어 금융당국 시중은행 압박
"여론몰이 불과…획일적 규제 지양해야"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경고성 발언에 잔뜩 움츠려들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내년초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종합검사를 앞두고 살얼음판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중은행을 상대로 작심한 듯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진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은행 CEO들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지금처럼 높은 임금체계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은행의 잠재적 CEO들이 외환위기 때 책임를 지고 대부분 퇴출된 이후 인재육성에 소홀했으며, 그 결과 외국계 금융사에서 활동하던 사람이 부각돼 왔다"고 말해 특정 CEO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사실상 이는 외국계 금융사 출신 회장이 잇따라 배출된 KB금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최근 회장 인선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내부 권력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 위원장은 또 22일 9개 시중은행장과 함께 한 오찬회동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높은 가산금리 문제에 대해 '여론이 안좋은 만큼 세심하게 접근해 달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문제는 진 위원장에 앞서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거론한 바 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은행이 터무니없는 가산금리르 높여 서민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제도개선 이전이라도 스스로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주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진 위원장이 정부 여당의 주문을 시중은행장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23일에는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은행 가산금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금리부담이 높아지지 않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올초 은행권의 임금삭감을 위한 '여론몰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주택대출 가운데 대부분이 1%대의 가산금리가 적용되고 있으며, 올해 나간 10% 가량만 2~3%대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며 "이를 문제삼아 은행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여론몰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가산금리가 높아진 것은 CD금리가 단기간 급락한데 따른 자구책이었다"며 "가산금리가 높아질 경우 신규대출자에게 금리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대출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산건전성 제고를 목적으로 12년만에 예대율 규제라는 강력한 규제수단을 꺼내들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금리상승에 제동을 거는 것은 시장논리를 무시한 명백한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에 묶일 경우 대출보다는 수신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으며, 이럴 경우 예금금리 상승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은행의 수익성 하락으로 연결된다.

한 민간경제 연구소 관계자는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대출이 금융불안의 뇌관으로 등장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획일적 규제는 자율경쟁을 통한 시장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좀더 미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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