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회장 ‘울산 사랑’ 속내는?
신격호 롯데 회장 ‘울산 사랑’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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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마을잔치 고향에 남다른 애착

지역사업 풀기 위한 '롯데식 해법'시각도

[서울파이낸스 정일환 기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사재 570억원을 털어 사회복지법인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지난 11월 말 울산시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은 삼동재단은 12월 초 재단 임원진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신 회장이 출연한 570억원은 울산지역 사회복지법인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 재단은 앞으로 사회복지 관련사업 지원, 소외계층 지원, 농어촌지역 문화수준 향상, 교육 소외의 극복과 공평한 교육기회 제공 및 인재육성, 기타 문화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16일, 울산 롯데호텔은 초비상이 걸렸다. 그룹 오너일가와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격호 회장의 뜻에 따라 세워진 롯데삼동복지재단 설립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을 필두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박맹우 울산시장, 윤명희 울산시의회 의장, 노신영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겸 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다만 신격호 회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삼동재단은 “울산지역 발전과 복지사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라 설립됐다. ‘삼동’은 신 회장의 고향마을인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따온 이름이다. 삼성의 ‘호암’이나 현대의 ‘아산’처럼 창업주의 호를 따서 재단의 이름을 짓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평소에도 신 회장은 매년 5월 정기적으로 마을 잔치를 여는 등 고향 마을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 왔다.

신 회장과 롯데의 삼동재단 설립이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롯데의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 재단 설립에 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롯데는 삼동재단 설립 전에도 이미 신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 1983년과 1994년에 설립된 두 재단은 국무총리 출신인 노신영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재단들은 롯데장학재단이 지난해 11월 울산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240억원을 들여 과학관을 지어 시교육청에 기부하기로 하는 등 울산지역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미 기존 재단 등을 통해 울산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비슷한 성격의 새로운 복지재단이 설립된 것이다. 게다가 오랜 관행을 깨고 맏딸 신영자 사장이 이사장을 맡은 대목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관해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고향 사랑 외에도 몇 가지 의중이 담겼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꼬여있는 지역사업을 풀어보려는 우회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롯데는 울산의 버스터미널을 옮기고 그 자리에 상업시설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울산시에서는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롯데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라며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대적인 기부와 복지사업을 벌이면 주민들의 긍정적인 여론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자치단체와의 협의를 순조롭게 끌고 가는 명분도 얻을 수 있게 된다.  

실제 롯데는 지난 2001년 울산에 고속·시외버스터미널 건물을 지어주고 울산시로부터 백화점과 호텔 건립 허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아흔에 가까운 신 회장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은퇴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전히 특유의 ‘셔틀 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해 활동이 뜸한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은퇴 후 그룹 경영은 신동빈 부회장과 신영자 사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재단 운영을 맡으려는 의사가 담긴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한다.

하지만 롯데측은 신 회장의 재단 설립 이유에 관해 “단지 지역사회에 좀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취지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향후 신격호 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게 될 지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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