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구설 '미소금융', '애물단지' 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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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가 부적격자…상대적 박탈감 증폭 우려
"공급과잉 감안한 철저한 사전 컨설팅 필수"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정부가 '민간주도'라는 억지(?) 명분을 만들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소금융재단이 시행 초기부터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신청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바늘구멍에 낙타 통과하기'라는 비아냥이 새어나오는가 하면, 연 4%대의 저금리가 가져올 금융시스템 교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치적 산물'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10명 중 8명이 '울상'
이달 15일 삼성미소금융재단을 시작으로 LG,현대차,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최근 미소금융재단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SK,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 그룹도 연내 사업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미소금융사업은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연 4.5%대의 저금리로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금리 수준만 놓고 보면 서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일부 미소금융재단의 경우 하루평균 300명 이상이 상담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친서민 정책이라기보다 포퓰리즘의 '결정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소금융 신청자 가운데 한명은 "친서민 제도라는 말만 믿고 찾아왔는데 신청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애초에 자격조건에 대해 알았더라면 헛걸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유재산이 8500만원 이상이거나 보유자산 대비 채무액이 50%를 초과한 사람, 그리고 개인회생·개인파산 신청자, 연체경력 등이 있는 사람 등은 지원 부적격자로 분류된다.

금융위기 등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장영업자들의 대다수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재단측에 따르면 미소금융 신청자 10명 가운데 8명 가량은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교란 가능성
이처럼 신청자격이 까다로운 만큼 미소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 서민들의 반감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제 2금융권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가 40%를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2금융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신용도가 양호하더라도 은행을 이용할 경우 연 7% 수준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사실상 '공짜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다 돈을 갚지 않아도 연체기록이 남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의 대출 거부율은 90%에 육박하고 있지만 연체율은 2금융권의 5배에 달하는 15%에 육박하고 있다. 

미소금융 사업의 영속성을 우려케 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향후 10년간 마련키로 한 2조원의 재원 역시 기한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소금융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소금융의 취지를 살린 체계화된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자영업자수가 하루평균 2~3만명씩 감소할 정도로 공급과잉 상태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업종 진입에 사전 검토작업이 필수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소금융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포화 상태인 영세장영업 시장을 고려해 교육과 경영컨설팅이 함께 제공되는 선진국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저소득 계층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인 재단측의 과도한 연봉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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