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發 불확실성 심화 배경은?
한은發 불확실성 심화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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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전망치 상향·금리인상 강력 시사
정치적 의도 담긴 '한은의 역공' 관측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기준금리에 대한 한국은행의 스탠스가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달 금통위 직후 채권시장은 요동을 쳤고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스탠스에 대해 갖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에 대한 '한은의 역공'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지난 10일 빠르면 내년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문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으며 적당한 시기에 빠져나가려면(출구전략) 문쪽으로 조금씩 이동해야 한다"며 "문제가 이미 발생한 뒤에 대책을 쓰면 늦다"고 강조했다.

사실 한은이 기준금리 스탠스는 불과 2개월여만에 뒤집혔다. 이 총재는 지난 9월까지 부동산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저금리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출구전략의 조기시행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정부의 계속되는 발언에 대해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과 집행은 한은의 몫"이라는 말로 정부의 구두개입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11월 금리인상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총재는 지난 10월과 11월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가져다줄 이득이 손실보다 크다'는 말로 사실상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금리 스탠스 변화의 배경으로 부동산 및 물가의 안정적 흐름을 꼽아 상당기간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지난달 한은이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감안해 2010~2012년 물가안정 목표를 3.0±1%로 종전 대비 상하로 0.5%포인트씩 확대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총재는 불과 두달여만에 금리스탠스를 뒤바꿨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여전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매달 금리인상 타이밍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1년 뒤 5% 성장 전망이 실현된 상태에서 연 2.0% 금리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해 '낙관적 전망 하의 저금리 기조 유지'라는 정부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이날 발언에 대해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성장률 5%대 전망은 앞서 한은의 지난 7월 전망치인 3.6% 대비 1.4%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이달 금통위 이후 발표한 한은의 수정 전망치 4.6%와 비교해도 적잖은 격차를 보인다. 이는 한은법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의 신경전이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통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무위를 통과한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에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금융위원회 등의 반발로 연내 처리 가능성이 불투명해 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거시감독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적극적으로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3월 임기만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향후 거품붕괴에 따른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품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반면교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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