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개혁, 시작부터 '삐그덕'
거래소 개혁, 시작부터 '삐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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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이번 국정감사에서 방만경영을 이유로 호된 야단을 맞았던 거래소가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다.

전체 직원을 현재의 750명에서 675명으로 10%(75명) 축소하기로 했으며 경영지원본부 지원기능을 대폭 줄여 5개부서 15개팀을 없애기로 했다. 아울러 '신의 직장'이라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직원들의 임금도 현 9120만원에서 8664만원으로 5% 삭감키로 했다.

특히, 공공기관 지정 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사장직 역시 민관출신 인물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사장 퇴진과 관련한 정부의 외압 의혹 및 관치금융 우려를 불식시키고 방만경영의 오명을 씻어내 새로운 마음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거래소의 야무진 각오(?)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각종 잡음이 새어나오며고 있다. 최근 부산시민단체들은 긴급 성명서를 내고 "거래소의 조직 개편으로 사라지는 5개 부서와 15개 팀 중 부산 본사 조직인 경영지원본부가 2부 5팀이 그리고 파생시장본부가 1부 3팀이 해당, 전체 축소 비율 중 절반 이상을 부산이 차지한다"고 전했다.

거래소 전체 인원중 60%가 서울에, 나머지 40% 정도가 부산에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조직 개편은 유독 부산에 집중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정부조치가 부산 본사 기능을 무력화시켜 거래소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기 위한 수순밟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공공기관 지정 이후 '관치금융'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밀어붙인 민관출신 이사장 후보 인선들도 벌써부터 정부에 줄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후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 거래소 차기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신한금융투자 이동걸 부회장은 영남대 선후배 사이인 청와대 관계자 적극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키움증권 김봉수 부회장 역시 청주고 선후배 사이인 청와대 인사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거래소가 이미 공기업으로 지정된 이상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다. 거래소 성격상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노력이 필요해 폭넓은 인맥이 경영 효율을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30여년 이상 금융업에 종사하며 전문성을 쌓아온 그들이 선임 전부터 흘러나온 이러한 후문들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앞선다.

지난해부터 거래소는 공공기관 지정, 전임이사장 퇴진, 거듭되는 사업 연기 등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왔다. 조직원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쳤고 그들을 바라보는 증권업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국감과 감사를 거치며 호된 매질을 맞은 뒤 거래소는 그 어느때 보다 성장의지가 강해 보인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도약의 발판은 머지않아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부디 임직원들의 보다 폭 넓은 사고로 투명한 자구책을 마련,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 자본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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