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득이의 추억
칠득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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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도서 제목 중에 방송 등에서 유독 많은 인용된 것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것이 있었다. 칭찬이든 아부든 일단 귀에 듣기 좋은 소리를 들으면 기운이 북돋워질 수 있으니 칭찬을 많이 해주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국제통화기금(IMF)이며 세계은행(WB)이며, 게다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한국 경제와 교육에 대해 칭찬과 장밋빛 전망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런 칭찬에 한국 정부는 매우 고무된 듯 희망찬 전망들을 준비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지난 6월말까지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0~-3.5% 정도로 보던 세계은행이 한해가 마감돼 가는 11월 초 ‘동아시아 : 회복으로 반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마이너스 0%대 성장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고 기획재정부가 신나서 발표했다. 재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면 올해 플러스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12월 들어서는 IMF가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고 지난주 한국의 대형 미디어들은 희희낙락하며 앞다퉈 낭보를 전했다. 지난 10월 내놓은 전망보다도 크게 상향조정됐다는 부연설명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런데 IMF가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조정해 발표하기 2주 전쯤 또 하나의 장밋빛 전망자료를 내놓은 것이 있다. 2014년이면 한국이 재정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을 담은 ‘G20 재정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에 GDP 대비 2.6%의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해외 발 칭찬에 신난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서의 추억 한가지가 떠오르곤 한다. 칠득이라는 이름의 순박하지만 지능지수는 다소 낮아 보이는 이가 있었다. 고인이 되신 분께 송구스럽지만 그에 앞서 동네에선 약삭빠른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이의 대명사로 쓰이던 이름이기에 이 글에선 경칭을 생략하고 쓰기로 하겠다.

그는 칭찬만 해주면 자신이 힘든 줄도 모르고 엄청난 양의 노동을 감당해내곤 했다. 고약한 이웃들은 그런 그를 이용해 적잖은 노동 착취를 했고 아이들이 칭찬만 해주면 기를 쓰고 무언가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은 뒤돌아서서 ‘칠득이 같다’고 키득거렸다.

칠득이 같다는 말은 입에 바른 칭찬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약삭빠른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어리석음을 비웃는 말과 동격으로 쓰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해외 발 칭찬 한마디 나올 때마다 정부가 신바람 나서 나발 부는 모습을 볼 때면 이상하게도 오래 전 세상을 떠난 그 칠득이라는 분과 그 분을 이용해먹고는 돌려세워놓고 비웃던 동네 사람들이 생각나곤 한다.

물론 칭찬을 들으면 누구라도 내심 신명이 난다. 그래서 아부하는 소리인 줄 알면서도 스스로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이 유독 신명이 오르면 능률도 따라 오르는 진폭이 매우 큰 민족성을 지녔다.

그렇긴 해도 최근 들어 부쩍 한국을 향해 칭찬을 쏟아놓는 데 일말의 의구심도 안 드나 모르겠다. IMF며 WB, 오바마까지 그들 모두가 ‘미국’이다. 지금 미국이 왜 한국 정부를 자꾸 띄울까 필자는 궁금하다.

한국에 뭘 기대하는 걸까. 괜한 칭찬은 없다고 봐도 된다. 꼭 칭찬 들을 일이 있어서 칭찬하는 것만도 아니라는 점 또한 경험으로 볼 때 확실하다. 한국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귀 간질이는 소리를 할 때는 그에 합당한 국제사회에서의 책임론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좋은 나라’ 미국이 우리 함께 가난한 나라, 굶주리는 분쟁지역 민중들을 돕자고 손 내미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한국은 OECD개발원조위원회에도 가입했고 국내 복지는 후퇴할망정 국제적인 원조는 경제기반을 닦을 욕심이든 어떻든 차근차근 늘려나가고 있다.

그러니 한국에 책임론을 들고 나설 일은 위험지역 미군 철수를 돕기 위한 한국군 파병이나 미국 금융 자본들이 한국시장에서 더 활개 칠 수 있게 할 정책 정도가 바라는 바일 가능성은 있겠다.

그래도 한국 정부는 기뻐할 터다. 정치적인 이슈로서 좋을 것이고 해외 파병 보내며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등 두드리던 월남 파병 시절의 꿈을 꿔서도 즐거울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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