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부추기는 정부
갈등을 부추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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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MB정부의 노동정책으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갈등이 12월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와 복수노조 허용문제 등 기존 노동관계법의 개정 문제를 두고 한나라당이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만의 4자회담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는데 대해 민주당을 비롯한 4개 야당과 민주노총이 ‘정당성이 없는 명백한 야합’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4자회담이 지리멸렬해지자 이번엔 경총이 정부`여당 대신 단독으로 총대를 메고 한국노총과 양자회담을 열었으나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경총의 최대 회원사 그룹인 현대차그룹과 협력업체들이 경총 탈퇴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을 야기 시킨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재계의 갈등까지 불러일으켰으니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한국노총까지 끈을 놓칠 수 없는 처지에서 타협안을 내놓은데 비해 정부는 노동계와의 타협 자체를 불인정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런 판국에 노조가 파업 중인 철도공사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절대 타협하지 말라고 경영진에게 지시하고 나서는 매우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측에 의한 대량 해고사태가 예고되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던 철도노조가 조건부 파업철회를 선언하고 나서자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가 사실상 항복한 것’이라고 희희낙락이다.

하지만 같은 날 가스노조와 발전노조가 연대파업에 나서고 있는데다 철도노조도 그간 계속 사측이 대화에 임하라고 요구해온 터여서 조건부 파업이 실상 사측을 압박하는 카드로 보인다. 혹은 전술적 후퇴 내지 노조들 간의 연대에 의한 일종의 게릴라식 노동운동이 새롭게 선보이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같은 파업사태에 대해 정부는 불법파업이라고 압박하는 반면 야권과 노조측은 불법탄압이라고 반박하듯 같은 상황을 놓고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듯도 싶다. 노조의 유연한 태도는 ‘노조의 항복’으로 해석되고 대통령의 대화는 이미 정해진 답을 일방적으로 설득하는 형식이 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대립과 갈등이 과연 어떻게 극복되어 갈 수 있을지 답답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매사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 여당이 대화니 소통을 얘기하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미 대통령이 답을 정한 후에 이루어지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그 진정성에 얼마나 신뢰가 주어질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이명박 대통령 방식의 반대세력을 무시하며 밀어붙이기로 정부`여당으로서는 상당한 실적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미디어법은 국회 다수 의석에 기대 통과시켰고 이제는 소수 야당을 더욱 압박할 수 있는 국회질서유지법 등 5개 법의 제`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의석수로 따지면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도 없는 게 현실이니 야당이 막을 방법이 있을까 싶지도 않다.

그런 힘에 기대어 노동운동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문제 역시 정부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가능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일 듯하다. 특히 한국노총과는 대화를,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압박을 가함으로써 노노갈등을 유도하려는 정부`여당의 방식이 어디까지 먹힐지도 궁금하기는 하다.

노동정책에 관한 한은 정부가 의석수와 공권력만 믿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파업에 대해서는 당장 불편을 겪어야 하는 대중들의 대체적 여론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대량 실업시대에 안정된 직장인들의 파업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적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화가 없는 가정의 청소년들은 집밖으로 나돌고 소통이 안 되는 정치는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듯 노동운동 역시 대화와 타협이 부정되고 한 구멍으로 몰아넣어 가려고만 할 때 어디서 헤매고 다니게 될지를 생각해볼 일이다. 게다가 밥그릇을 줬다 뺏었다 하면 길 잘든 강아지라도 주인을 무는 법인데 일자리를 놓고 협박을 할 일은 아닌 성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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