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은 만들어 놓고 ‘쥐’를 몰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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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 필요할 때 돈이 없으면 누구나 마음이 급해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돈이 쓰일 데가 삶과 직결된 중요한 곳일 때는 더욱 조바심이 난다. 그리고 이럴 때일 수록 주변에서 돈을 빌릴만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은 대출 조건이 까다롭고 지인을 찾아가기도 망설여진다. 돈 빌려달라는 말 앞에선 모두가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인끼리도 돈거래는 안하는 게 정설이 돼 버렸다.

금융소외계층들의 사정은 언급하지 않아도 상상이 될 것이다. 이들이 돈이 급할 때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부금융사 밖에 없다. 

대부금융사들은 우리사회가 챙길 수 없는 금융소외자들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 왔다. 수많은 금융기관이 우리 주변에 있지만 금융소외자를 반기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금융사의 고금리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금융사에서 발생한 대출 잔액이 5조1576억원(신용 4조361억원)에 달한다는 통계를 보면 분명 우리사회 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부금융업계는 그간 고리대금업자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음지에서 머무는 필요악의 존재로 낙인찍혀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대부금융사가 텔레비전 광고 등으로 일반에 공개적으로 선보이고, 각종 시회봉사활동을 하는 등 대부금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엔 준제도권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법적 규제를 받는 등 더 이상 과거의 사금융이 아닌 제도권 금융에 견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고객이 상해를 입어 입원 시 대출금을 유예해주는 제도 등 일부 대부금융사는 시중은행에서 전혀 시행하지 않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비자 편의를 위해 새로운 신상품 개발, 대부금융협회 차원에서의 자율감독 기능 강화 등 제도적으로나 기업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에 있어서도 그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금융사들은 오늘도 쓴잔을 마시고 있다. 일부 불법 사채업자들의 횡포에 잠잠했던 여론은 또 다시 악화되고 이미지 쇄신은 물거품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금리를 낮추라는 압박은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협받는 얘기다. 분명 연 49%라는 금리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높게 느껴진다. 낮아지고, 낮아지고 또 낮아져서 지금의 금리에 이르게 됐지만 업계 밖에선 아직도 금리를 더 내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물론 금리가 낮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대부금융사들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해주고 나서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대부금융사들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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