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승부'의 한계
'금리승부'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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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3개월 전, 증권사들은 자신만만했다. 지급결제서비스 실시로 은행과의 '월급통장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다양한 이벤트 실시는 물론이고 각종 캠페인을 통해 고객 모으기에 적극 나섰다. 증권사 내부에서조차 다소 과열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 나올 정도였지만 증권사들은 은행권과의 경쟁 뿐만 아니라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 도전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격 역시 거셌다. 은행들이 증권사 CMA에 대응하기 위해 잇따라 고금리 상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사 CMA보다 높은 금리에 편리성까지 갖춘 은행 상품으로 고객들의 발길은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권 정기예금은 13조2000억원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CMA 잔고 는 590억원 이상 감소했다. CMA뿐만 아니라 고객예탁금 역시 7000억원 가량 줄었으며 MMF(머니 마켓펀드)에서는 6조2000억원, 주식형펀드는 1조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에 증권사들 역시 '금리인상'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섰다.

대우증권의 경우 확정금리인 RP형 CMA 수익률을 1~30일 경우 연 2.50%에서 2.60%로, 31~90일  경우 2.60%에서 2.70%로 각각 0.1%포인트(10bp) 올리고 91~180일 경우 2.80%에서 3.00%로 0.2% 포인트 인상했다. 랩형 CMA와 ONE KDB CMA 금리도 각각 2.60%에서 2.70%로 0.1%포인트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개인대상 MMW형 CMA 수익률을 연 2.55%에서 2.65%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 자증권도 MMW형 CMA 개인고객 수익률 2.60%에서 2.70%로 인상했다.

현대증권은 개인 MMW형 CMA 금리를 2.55%에서 2.65%로 소폭 올렸다. 삼성증권과 동양증권 역시 금리 인상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은행들의 고금리 상품에 증권사들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증권사들의 무기가 '금리'뿐이라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금리만을 무기로 싸울수는 없다. 상품 메리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금리인상을 통한 고객유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건을 맞추기도 어려운 이벤트성 우대금리 남발은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할 수도 있으며 증권사 차원에서도 과도한 금리 인상은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쪽으로 고객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은 행 금리가 낮아지면 CMA쪽으로 고객들이 다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금융상품에 있어 가장 큰 메리트는 당연히 높은 금리이다. 하지만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닌가라는 우려감이 든다.

장기적인 CMA고객 유치를 위해서는 높은 금리 뿐만 아니라 상품의 질 향상 역시 더해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단순한 금리 경쟁을 넘어서 CMA편리성과 서비스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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