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신화의 붕괴
두바이 신화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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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인공섬 팜 아일랜드 개발로 한때 21세기 ‘꿈의 건설’로 불리던 두바이 신화가 결국 미국 부동산 발 경제위기에 의해 깨지고 있다. 이 공사를 진행시켜온 개발업체 나킬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두바이월드가 지난 25일 채무상환을 6개월간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그런 까닭으로 두바이 특수로 주가를 끌어가던 국내 건설업체들에게도 1차적인 불똥이 튀었다. 도심지 개발프로젝트 등 두바이에서의 대규모 수주로 성장 동력을 얻어가던 성원건설의 주가는 두바이월드 소식이 전해진 26일 장중 한때 10% 대의 급락을 보이기도 했다.

두바이 진출 건설업체들이 진즉 다각도의 리스크 헤지를 모색해 직접적 타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증권업계의 진단이 재빨리 나왔다. 그러나 이번 두바이월드 사태는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간주되며 건설업 전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번져가는 듯하다.

이는 동시에 부동산 버블 붕괴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줌으로써 금융회사들에 대한 불안감도 현재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바이와는 무관한 건설주들이나 모든 금융주가 당일 시장에서 모조리 우수수 추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번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의 사실상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아랍에미레이트 국가 전체의 경제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은 헤치고 나아갈 저력이 있지만 두바이의 사례에서 보듯 경제력이 낮고 경제구조가 취약한 국가는 버텨나가기도 급급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번 두바이월드 사태는 과도한 집중투자가 불러올 재앙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 공산혁명 이전의 쿠바 경제위기를 통해 그 위험성을 경험한 바 있다.

대부분은 미국 자본이었던 외국자본들은 쿠바에서 플랜트농업에 집중 투자했고 그 중에서도 시장 가격이 높던 사탕수수 한 종목으로 과도하게 몰렸다. 그 결과 쿠바 경제도 한때 반짝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뒤이어 과잉생산에 따른 국제 설탕가격 폭락이 초래되고 사탕수수 생산에 편중돼 있던 쿠바는 국가 경제 자체가 위기를 맞게 됐다. 농민들은 이미 자영 농토를 잃고 사탕수수 농장의 농업노동자로 전락한 상태에서 줄줄이 실직, 생존의 위기에 몰렸고 설탕 수출의 급감으로 국가 역시 경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런 위기는 결국 공산혁명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넓혀감으로써 카스트로의 쿠바가 등장하게 됐다. 자본의 과도한 이익추구가 반자본체제를 부른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랍에미레이트 역시 두바이 건설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 석유가 바닥날 시점에 대비해 국력을 쏟아 붓다시피 진행시킨 프로젝트였다. 전 세계 자본들의 찬사를 받았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국력을 쏟아부은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시장성보다 너무 멀리 내다본 이 무모할만큼 과감한 프로젝트는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이번 두바이월드 사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아랍에미레이트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그 파장이 어디까지 번져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체제는 한 점에서 발생한 문제가 곧 세계적 재앙으로 번져가기 쉬운 구조다. 일단 두바이월드의 주 채권국인 중동 여러 나라로 그 타격이 번지면서 결국 세계적 위기 재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세계가 경제위기로부터의 탈출을 노래하는 것은 아직 성급했음을 두바이가 온몸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언제든 부도의 도미노가 전 세계를 휩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자본은 꿀벌처럼 단맛을 빨아들이며 끊임없이 이동한다. 지금 세계적 자본들은 언제든 쉽게 발을 뺄 수 있는 기동성을 갖추고 전 세계 증권시장을 넘나든다. 현재의 경제를 그만큼 불안정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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