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수입 급증..무역흑자 반토막
수출보다 수입 급증..무역흑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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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무역흑자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 것은 수출보다 수입 증가율이 가파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액이 2008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은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과 환율, 유가 등 항상 거론되는 불안요인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보다 높은 수입 증가율은 경기 회복에 따른 것이지만 그에 따른 무역흑자 감소는 경상수지 흑자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 시장의 회복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정부는 수출입 전망치를 상향조정할 전망이지만, 그렇더라도 무역흑자폭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수출 10%대 증가 전망..총액은 작년 밑돌듯
16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초 내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 전망한 내년 수출액은 3천935억달러로 올해 전망치(3천545억달러) 대비 11.0%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는 작년 실적인 4천220억달러에 못 미친다.

내년 수입은 3천837억달러로 올해 전망치(3천308억달러)보다 1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역시 고유가로 연간 수입이 사상 최고치를 보인 2008년(4천353억달러)보다는 크게 적다. 수출입 규모가 2008년보다 적은 것은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수출입액보다 주목할 점은 수출을 웃도는 수입 증가율이다.

이런 전망은 다른 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같은 때인 지난 9월에 전망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수출이 3천990억달러로 12.2%, 수입은 3천828억달러로 17.8%가 각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수출이 3천936억달러로 10.1%, 수입이 3천7010억달러로 16.0%가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전망은 수출입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게 대세다. 애초 예상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의 경기 회복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금융연구원은 내년 수출이 13.6% 증가한 4천103억달러, 수입은 18.0% 늘어난 3천815억달러로 내다봤다. 정부도 전망치를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도 "경기회복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올 수출입액도 9월 전망치를 웃돌 전망"이라며 "내년 수출이 10%대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지만 2008년 수준까지 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규모가 늘어도 수입이 수출보다 급증할 것이란 증가율 전망은 그대로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역흑자 적어도 반토막 날듯..경상수지 악영향
이처럼 수입이 수출보다 많이 늘어나는 이유는 당연히 경기 회복에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 수입도 증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의 수입유발효과가 크기 때문에 수출 증가가 가파른 수입 증가를 불러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경기가 좋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유가와 원자재의 가격이 오를 공산이 큰 점도 수입액을 늘리는 요인이 된다.

또 민간부문에서 미뤄뒀던 투자가 이뤄지면 기계 수입도 늘어난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의 경쟁력과 채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역으로 국내 기업의 투자에는 긍정적인 환경이 된다.

기본적으로는 올해 수출보다 수입이 급감한 기저효과도 작용한다. 1~10월 수출 감소율은 19.5%인데 반해 수입은 31.5%나 줄었다.

이러다 보니 올해 4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인 무역수지는 내년에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9월에 이뤄진 정부의 수출입 전망치는 무역흑자 규모를 98억달러로 봤다. 올해의 4분의 1 수준이며, 1998년 이후 무역흑자기조 속에서 첫 적자가 난 2008년 빼고는 2001년(93억달러) 다음으로 적은 규모다.

하지만 그동안의 상황변화에 비춰 그보다는 늘어나면서 200억달러는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높게 보더라도 올해에 비해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예상인 셈이다.

이처럼 무역흑자가 줄면 경상수지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애초 내년 경상수지 흑자폭을 80억 달러로 전망한 바 있지만 최근에는 150억달러 안팎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4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인 올해보다 크게 적다.

이런 흑자규모 축소는 만일 국제금융시장에 2차 충격이 생기면서 국내 외환사정이 불안해질 경우 악영향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올해의 이른바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면서 생길 수 있는 당연한 상황이며 우리 경제규모나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경우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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