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神 시대의 헛발질
物神 시대의 헛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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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대한민국 정부를 시위현장 피켓은 2MB로 압축하고 미디어에서는 집권 초기부터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 등으로 불러왔다. 기독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마디로 기독교 정권이라고 못 박는다.

그럼에도 막강한 여당의 표를 배경으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소신 있게(?) 하고 싶은 정책은 거침없이 밀어붙인다. 국민 여론이야 어디로 흘러도 ‘가진 자’들의 이익에만 부합되면 메이저 언론을 휘둘러 얼마든지 누르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나 보인다.

미디어법 개정까지 걸어놓고 메이저 언론들의 지원을 얻어낸 정부, 공영방송 인사권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둘러대 예능 프로에서조차 심상찮은 관의 냄새를 풍기게 하는 정부에게 이미 무서울 것은 없어 보인다. 젊은 세대들은 모르지만 소위 쉰 세대로 불리는 중년층에겐 결코 낯설지 않은, 그러나 절대로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풍경들이다.

물론 현재의 정부라고 서민들에 대한 무마대책을 아예 무시한다고 할 수는 없다. 친 서민 정책을 표방하고 나선지도 이미 여러 달 됐다. 다만 그 서민들이 어디 사는 누구들을 지칭하는지 애매하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지만.

부자 감세, 서민 주거 파괴 등은 이미 익숙해졌고 이번엔 나라 안팎으로 굵직한 몇 가지 사안들이 등장하며 이래저래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줬다. 때맞춰 서해에서의 남북 해군 간 교전이 벌어졌다. 놀라 벌어졌던 서민의 입을 닫게 만드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정말 이명박 대통령의 하나님이 보살펴 주시는가 보다. 그 하나님 때문에 서러운 이들은 그저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뿐이지만 신기하게도 그 서민들마저 체념에 젖어 원망조차 할 줄 모르게 변해간다.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근래 국회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를 명패 바꿔 등장했던 4대강 사업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중이다. 환경부는 기간으로 봐서도 분명히 졸속인 환경영향평가 자료를 내밀어 국회 예산 통과의 지렛대를 삼으려 한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예산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이다.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한 4대강 사업 예산은 3조5천억 원.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국토해양부의 4대강 예산이다. 환경부 예산에도 1조2873억의 4대강 예산이 포함됐고 다른 부처에도 찔끔찔끔 관련 예산들이 책정돼 있어 실질적인 4대강 사업 예산은 총 5조333억 원이라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대통령 발표 다음날 보고서를 내놨단다.

그런 대통령의 의지 실현을 위해 예산을 몰아주다보니 대한민국 정부가 충청도민과 했던 약속, 전 정권이 국민과 했던 약속은 물 건너간 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데 이번엔 과연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지 궁금하다.

민간연구소의 이십여 년 수고를 거쳐 나온 친일 인명사전은 잘 나가는 집안들의 법적 소송까지 치러내며 일단 세상에 나왔다. ‘아무개는 친일분자다’라고 단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당시의 지식인들, 해방 이후의 지도층들이 어떻게 친일 행위를 했는지를 통해 잘못된 선택을 다시 하지 말자는 반성의 자료로 알고 있다.

물론 행위자의 다른 업적과 친일 행위를 비교해 보고 업적 가운데 활용할 부분을 활용하겠다면 그것은 말릴 일이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손들의 명예, 후손들의 자존심 때문에 명백한 친일 행위를 친일 행위라고 기록하는 것 자체를 가로막고 나서는 것은 넌센스다.

지난 정부에서 간신히 발을 뺐던 아프간에는 국제적 분위기마저 거스르며 재 파병이 결정됐지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조차 거의 없다. 국내 사안들이 혼을 빼놓은 탓인 듯하다. 그런데 아프간에 군이 미처 가기도 전에 현지 기업들이 공격을 당한다는 뉴스가 먼저 도착했다. 현지 기업들은 한국군이 주둔하는 내내 인질의 처지를 면키는 어려울 듯하다.

이런 일련의 줄지어 발생한 사안들이 낱낱으로 보면 서로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사안마다에는 이명박 정부와 그 정부를 둘러싼 인적 네트워크 범주 속 인간 군상들의 공통 기반이 드러나 보인다. 한마디로 욕망이 가치를 누르는 인식의 혼돈이다. 그 욕망은 ‘돈’, 돈으로 쌓고 치장할 수 있는 거대한 물신의 성을 향하고 있다. 저들을 향해 무슨 말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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