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5만원권..불만.피해 속출
헷갈리는 5만원권..불만.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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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권과 바꿔치기에 당할수 있다"

5만원권이 `색깔론'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 유통량이 많아지자 비슷한 색상의 5천원권과 헷갈려 불편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만원권이 고액권으로서 차별화가 미흡해 지급결제수단으로 부적합하다는 지적까지 제기하고 있다. 5천원권과 바꿔치기 당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지폐 가운데 4%는 5만원권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만원권 발행 잔액은 지난 6일 기준으로 7조9천6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은행권 발행 잔액의 약 23.9%를 차지한다.

발행 장수로 따지면 5만원권은 1억5천800만장이다. 1만원권(22억9천600만 장)이나 1천원권(12억1천700만 장)과 비교하면 적지만, 5천원권(2억780만 장)과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중에 풀린 지폐 가운데 4.0%가 5만원권인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추석을 전후해 5만원권 유통이 크게 늘었고, 최근 주춤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5만원권 탓에 대인 불신"
5만원권 유통이 늘면서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급결제의 편리함을 위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편함이나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특히 5만원권과 5천원권의 색상이 비슷하다는 불만이 많다.

자신을 `김빛나'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한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택시요금이 5천원인데 5만원권을 잘못 냈지만 택시 운전사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가버렸다"며 "집에서 지갑을 열어보고 뒤늦게 알았다"는 글을 올렸다.

올해 72세인 자신의 할머니도 물건을 사면서 5만원권을 5천원권으로 잘못 내 손해를 봤다는 그는 "23세인 나도 헷갈릴 정도라면 노인들은 더욱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며 5만원권 색상의 변경을 요구했다.

`고양인'이란 아이디를 사용한 네티즌은 "술을 마시지도 않는 내가 40촉 형광등 아래에서 5만원권을 5천원권인 줄 알고 지불했다"며 "(이 때문에 공연히) 다른 사람을 의심해 인간관계도 문제가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네티즌도 "나는 노인도 아니고 눈도 나쁘지 않다"며 "왜 색깔을 5천원권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이렇게 어이없는 실수를 하게 하는지, 정말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 `지폐 바꿔치기' 우려도
5만원권과 5천원권이 헷갈리는 현상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조명이 어두운 곳에서 돈을 주고받을 때 비슷한 색상 탓에 `지폐 바꿔치기'에 당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청색 계열의 1천원권과 녹색 계열의 1만원권이 유통된 이후 심심치 않게 불거지곤 했다. 일부 택시 운전사가 1만원권을 받고도 짐짓 손님에게는 1천원권을 잘못 냈다고 잡아떼 돈을 더 받아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일선 지구대의 경찰관은 "취객이 많은 심야 시간대에 지폐 바꿔치기를 당했다고 신고하거나 손님과 운전사가 승강이를 벌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뚜렷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말다툼이나 멱살잡이로 번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택시 운전사 장모(43)씨는 "몇몇 얌체 운전사가 취객이나 외국인 등을 상대로 `지폐 바꿔치기'를 한다는 소문은 들었다"며 "대다수 운전사가 불신을 사지 않도록 카드 택시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은 "헷갈릴 수 있지만 큰 문제 없어"
한은은 이런 문제에 대해 별도의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과거 1천원권과 1만원권이 헷갈렸다는 지적을 염두에 두고 5만원권 제작 단계부터 여러 가지 식별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은 황색이고, 5천원권은 적황색으로 색상이 엄연히 다른 데다 길이도 12㎜ 차이 나고 도안이나 식별 장치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며 "미국 달러화는 모두 같은 색상이지만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1달러, 2달러, 5달러, 10달러 등으로 화폐 단위가 작은 데 비해 우리나라는 `5,000'과 `50,000'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에 일부 혼동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흑색과 적색을 배제하면 5만원권을 다른 색으로 제작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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