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때이른 IB 열풍
은행권, 때이른 IB 열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은發 선점경쟁…당국도 독려
금융불안속 시기상조 목소리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은행권에 때아닌 IB(투자은행)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산은지주 출범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되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IB업무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여전히 진행중인만큼 IB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치금융' 희석?
국내 은행들의 IB업무는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보여왔다. 특히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사퇴는 국내 IB의 고사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었다.

황 회장은 과거 우리금융 회장(겸 우리은행장) 시절 투자한 고위험 파생상품인 CDO, CDS의 대규모 손실책임을 지고 지난 9월 KB금융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의 감독부실 책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수장과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IB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자본시장연구원 주재로 열린 세미나에서 "위험관리와 내부통제를 허술히 하고 무분별하게 고위험 상품에대한 투자를 확대한 우리은행과 같은 IB업무는 당연히 위축돼야 한다"면서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IB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원장은 황 회장의 책임론을 거듭 강조하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관치금융' 우려에 대해 부당함을 역설해 관심을 끌었다.

이날 자본경제연구원 신보성 실장도 주제발표를 통해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투자업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투자사의 역할 없이는 자본시장의 작동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는 특히 혁신산업과 모험산업의 발전, 금융시스템의 안정, 국가경제 활력 제고 등을 위해 자본시장 발전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같은날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된 원인을 파생상품에서 찾는 견해도 있지만 파생상품은 금융시장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적절한 규제체제와 투자자 보호장치를 전제로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기상조' 목소리도
국내 은행들의 IB업무 재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산건전성 강화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부각되면서 '우물안 개구리식' 경쟁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과 관련된 건전성 규제와 감독강화 방안이 실현되면 은행업은 당분간 안정적인 성장모델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 추진도 은행권의 IB업무 재개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달초 출범한 산은금융지주는 전통적인 IB를 보완해 상업은행과 IB를 결합한 상업금융 전문 투자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도 국내 금융시장을 '레드오션'으로 규정하고 "소매금융에서 추가지점을 내는 경쟁을 지양하고 해외쪽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경우 내년 해외IB 영업을 위해 지난달 투자은행 관리시스템(IBMS)를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으며, 하나은행은 홍콩 현지에 IB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설립을 검토 중이다. 또, 우리은행도 CDO, CDS 손실을 반면교사로 삼아 리스크관리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행 역시 지난 7월 홍콩에 IB 전문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외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신디케이티드론 업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IB업무 재개 움직임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시각도 감지된다. 내년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IB 쏠림현상은 자칫 또 다른 부실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