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애널들이 미소짓는 까닭?
폭락장에 애널들이 미소짓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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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국내 증시가 방향성 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각종 '메가톤 급' 호재에도 꿈쩍  않던 코스피가 글로벌 경기회복이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퍼지면서 맥없이 무너 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지난해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가닥 희망(?)은 품고있지만 내년 까지 조정장이 계속 될 수 있다는 경고에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객장에서는 하반기 상승랠리를 주장하며 투자를 부추겼던 애널리스트들의 '입'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있는  애널리스트들은 요즘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감추느라 애를 먹 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 역량 강화를 위해 애널리스트들의 영입을 서두르면서 그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기때문이다.

실제 최근 KB증권은 리서치센터를 확대 개편하면서 애널리스트 대거 영입에 나서고 있다. 신 설 증권사인 IBK투자증권도 동참하고 있다. 특히, SK증권의 경우 한 대형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조만간 영입 할 것이란 설이 나돌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연봉 계약 시즌때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계약직 애널리스트들에게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댔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7개월 만에 '눈칫밥'이 '진수성찬'이 된 격 이다. '철새' 애널리스트들에게 경종이 미처 닿기도 전에 상황이 역전됐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더욱이 한 증권사 주니어급 애널리스트가 기존 연봉의 2배에 가까운 1억원의 몸값을 거절했다는 후문은 그들의 콧대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짐작케 한다.

문제는 그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리서치 센터의 전문성은 전혀 향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모 증권사는 얼마전 상장한 동양생명에 대해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 라는 분석을 내놨다. 물론 상장당일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손보 상장 1호사'라는 기대감에 공모에 임했던 투자자들은 하룻새 16%가 넘는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기업가치를 계산하는 과정에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 해당 애널리스트도 타 손보사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2008년 결산 실적을 EV(기업가치) 로 산출하는 과정에서 공모 자금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미처 반영하지 못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그들의 '작은' 실수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어떠한 피해를 입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지난해 말 증권업협회는 '금융투자전문인력 양성 중장기 계획'까지 수립하며 전문 인력 양 성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업계 미온적 태도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증권사 입장으로서는 애널리스트 양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스카우트'가  훨씬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가의 입장으로서는 '가치'보다 는 '이익'이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최근의 스카우트 대부분이 조직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 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선의의 '경쟁자'가 아닌 금융발전을 저해하는 '적'이  된 것이다. 금융위기의 상처를 수습하고 글로벌 IB로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이때 증권사들은 "금융은 사람"이란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보다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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