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정환과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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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이제 어떤 직업을 갖든 '정치적 배경'이라는 것이 '필수조건'인가 보다. 토론회의 진행자이든 TV쇼의 MC이든 말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꽃이요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거래소에서 가장 반시장적인 조치가 '정치'의 이름으로 거리낌 없이 단행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이같은 상황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최근 이정환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이 사퇴했다. 3년 임기를 미처 다 채우지 못한채 1년 6개월만에 이 전 이사장 스스로 한국거래소를 떠난 것이다.

스스로 떠난다는 이 전 사장의 뒷 모습이 개운치만은 않은 이유는 왜 일까.

그의 고난은 그가 지난 3월 이사장으로 선임될 때 부터 이미 예고됐었다. 당시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를 거래소의 이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이사장 추천위원회는 이를 묵살하고, 이정환 당시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을 이사장으로 추천했다.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질 수 있는 일련의 일들이 곧바로 이어졌다. 거래소의 비리를 캔다며 검찰의 압수수색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 금융감독원의 검사 등이 1년여 동안 계속된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비리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고 당국은 올 1월 국내외의 비판을 무릅쓰고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결국 이 전 이사장은 '고별서신' 한 장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은 고별서신을 통해 "개인을 몰아내기 위해 제도와 원칙을 바꿨다"며 "금융 당국의 집요한 협박과 주변 압박도 받았고, 이 과정에서 평소에 존경하던 선후배까지 동원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 전 이사장의 사퇴 과정에서는 원칙도 없었고 그에 맞는 절차도 없었다. 문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전에도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이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강제적으로 물러났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정부가 연구원을 싱크탱크가 아니라 마우스탱크 정도로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었다.

자본시장은 철저히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곳이라지만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은 사정이 좀 다른가 보다. 하긴 인기라면 선후배도 없다는 연예계에서도 '정치논리'로 프로그램에서의 퇴출이 결정된다고 하니 '정치'의 힘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 증시는 FTSE 선진지수에 편입됐다.  MSCI지수 편입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G20 회의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금융허브를 꿈꾸며 금융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준비해 나가는 대외적인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여전히 "자본시장의 역사르 20년 이상 거꾸로 후퇴시키는 반시장주의적 조치들이 강행되고 있다"는 폭로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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