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가 판치는 금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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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덩치 큰 네개의 회사가 있다. A사는 그간 줄곧 일등을 해왔으며 B사는 무늬만 민간 회사다. C사는 순수한 국내 혈통이 아니며 D사는 '큰' 회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ABCD사는 지난 수년간 '우물안 개구리식' 덩치경쟁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다 금융위기의 폭풍우가 국내 시장에 본격 상륙하면서 ABCD사의 비극이 시작됐다.

잠잠했던 우물에 거대한 파고를 몰고 온 곳은 B사다. B사는 천문학적 손실을 토해내며 국내 시장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ACD사도 덩달아 벼랑끝으로 몰리며 적지 않은 수모를 겪어야 했다.

사실 B사가 순수 민간회사라면 시장논리대로 망하도록 내버려두면 됐다. 그러나 B사가 국민들의 혈세로 연명해왔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국민의 세금을 축냈다. 그러나 B사의 파렴치한 행태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정부가 나설 태세였다.

B사 회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B사의 천문학적 손실은 분명 본인의 책임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전 회장 탓으로 몰아가기에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결국 B사 회장은 정치적 계산에 따르기로 한다.

A사 회장이 B사에 근무했던 당시의 관련 자료를 샅샅이 찾아 감독당국에 직접 제출하는 물밑 작업에 착수한다. 결국 A사 회장은 당국의 압력에 못이겨 A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B사 회장의 정치적 계산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다. 

사실 이같은 일련의 사태의 내막에는 감투에 미련을 둔 B사 회장의 의도가  숨어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감투를 쓸만한 인물로 A사와 B사 회장이 거론돼 왔다. 특히 A사 회장의 경우 현 정권의 실세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던 터다.

이 때문에 B사 회장이 향후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A사 회장을 미리 쳐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B사 회장은 현 나랏님의 같은 학교 후배이다. 든든한 방패막이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B사 회장에게도 쉽지 않은 존재가 있다.

D사 회장이다. 덩치순으로 따지자면 B사가 한수 위지만 D사 회장은 나랏님과 같은 학교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이다. B사 회장으로서는 D사 회장이 감투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기만 하다.

대신 B사 회장은 정권의 실세로 급부상한 D사 회장의 '덩치 컴플렉스' 해소에 일등공신이 되어 주기로 한다. B사를 D사에 넘겨주는 일은 정부의 오랜 숙원을 해소시켜주는 동시에 D사 회장에게는 '일등 회사'라는 타이틀을 선물해 주게 된다. 말그대로 '도랑치고 가재잡고'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람들 역시 나랏님의 후선지원만 있으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D사 회장이 D사 경영보다 나랏일(?)에 열심인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D사의 A사 인수설에 대해 일각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일이라고도 한다. 시장논리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식적이지 못한 진실이라고 할지로도 정치를 등에 업게 되면 '힘의 논리'로 탈바꿈 하게 된다. 최소한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운 진실이다.

그렇다면 C사는 어떻게 될까. C사의 경우 전 정권의 수혜를 입으며 덩치를 크게 불려 왔다. 그러나 올초 이전 정권의 실세가 비리혐의로 구속되면서 C사 회장 역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전 나랏님의 비극이 C사 회장을 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C사로서는 최소 향후 수년간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글은 일부 사실에 기반한 픽션, 즉 '팩션'(Faction) 임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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