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의 어색한(?) '미소(美少)'
관치금융의 어색한(?) '미소(美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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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줄곧 자유시장경쟁 체제와 '작은 정부'를 외쳐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치금융 논란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단연 '미소(美少)금융'이다. 정부는 향후 10년간 금융권과 재계로부터 각각 1조원을 조달해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방침을 확정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금융시장의 상대적 약자인 저신용자를 돕겠다는 취지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친서민 행보의 결정판이라는 얘기가 들리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미소금융이 '관치(官治)'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한다는 점에서 영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억지춘향식 자금조달 방식부터 운용인력까지 정부의 입김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과거 5-6공 시절의 관치금융에 기인했던 갖가지 폐단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비극적 결말이 '불보듯 뻔하다'는 견해도 일부 감지된다.

미소금융은 최근 국감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억지춘향식 자금조달이라는 비판과 관련해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사실이라면 완전히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금융기관에 ‘돈을 내라’는 식으로 해서 (미소금융) 규모를 대폭 확장시킨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같은 논란은 과연 미소금융이 지속 가능한 사업인가라는 의문점을 갖게 한다. 이번 정부에 수천억원을 냈던 대기업들이 그 다음 정부에 또다시 수천억원의 기부금을 선뜻 내놓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개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사회공헌사업들이 잇따라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성향 단체들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여당인 한나라당의 장기집권을 위한 노림수일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최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포함해 진보성향 단체의 주요 인사 120명이 정치 참여를 시사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수천억원의 미소금융 기부금을 댓가로 한 정부-기업간 검은 거래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수천억원의 자금집행 과정에서의 도덕적해이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과 측근들이 줄줄이 비리 혐의에 연루된 불행한 과거사를 가지고 있기에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노자는 난세의 해법으로 '큰 나라를 다스림에는 작은 생선을 굽도록 하라'고 했다. 무릇 좋은 정치는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보수주의 노선과 자유시장경쟁 체제를 지향하는 정부 여당이 지지율에 입각한 '포퓰리즘'에 매몰된 채 어울리지 않는 옷을 껴입고 어색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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