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급여삭감 소동 '유감'
은행의 급여삭감 소동 '유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책은행들을 포함한 금융공기업들이 일제히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임금 삭감을 노사합의 형태로 결정했다. 그러나 진작 급여 반납을 결의했던 은행들은 다시 삭감 요구가 가해지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을 보며 문득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시절의 급여원칙 얘기가 떠오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 삼성그룹 경리부서의 직원을 통해 들은 바로는 경리부 직원들의 급여는 늘 다른 부서보다 높았다고 한다. 늘 돈을 다루는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돈 앞에 유혹받지 말라는 의미라고 했다. 그만큼 회계 감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상당히 철저했었다고 들었다.

그 시절 호황을 누리던 건설업체 직원들은 공식적 급여 외에도 가용 자금이 넉넉하던 시절이었다. 현대건설 회장 비서실에서는 말단 비서들도 접대비를 거의 규제없이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는 얘기도 들었다. 물론 비서실만 그랬을 리는 없다.

이런 얘기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가 됐다. 기업의 회계는 치밀해졌다. 재벌가 자녀들에 대한 불법 상속이 마피아 돈 세탁하듯 복잡한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우리 사회가 상당히 짜임새 있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만하다.

그런 사회가 됐으니 이미 급여가 결정될 때는 이미 기업의 수익구조 안에서 합당한 수준이라는 점이 노사 상호간에 인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터이다. 그런데 급여가 결정되고 난지 불과 몇 달 만에 뉴라이트가 앞장서고 정부가 그렇게 조성되는 여론의 떠밀림을 받는 형태로 급여 삭감으로 선회한다는 것은 꽤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 금융권 급여 수준은 매우 높다. 공식적인 자료로 인용하기에는 탐탁치 않지만 자료가 빈곤한 관계로 뉴라이트가 내놓은 자료를 인용하자면 은행권에서 가장 급여가 높다는 SC제일은행과 시티은행 그리고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인건비가 1억3천만~1억4천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높은 급여로도 부족해 불필요한 시간외 근무를 통해 수당을 챙긴다고 뉴라이트는 가난한 서민들의 분노를 연료 삼아 몰아가려 한다. 높은 은행원 급여 때문에 은행 금리가 안 내려간다고 몰아붙인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유동성 지원을 받았던 은행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늘 그렇듯 목청 크게 외치는 소리들은 다 그럴싸하게 들린다. ‘1인당 인건비가 1억이 넘다니...’ 연간 평균수입이 3천9백만 원이라는 도시 봉급자들 입장에선 충분히 열 받을 만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집단 최면을 이끌어낸 히틀러의 언변을 뛰어넘을 언어의 마술이 참 현란하다 싶다. 복지비와 퇴직금 등이 다 포함된 인건비를 내세움으로써 얼핏 듣기에 ‘월급이 한 달 천만 원이 넘어?’라고 듣고 기억하게 만든다.

잡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9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국내 상위 100대 기업 중 최고 수준의 급여라는 SC제일은행이 상반기 6개월 간 평균 3천7백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꿈의 급여 수준인 게 맞다. 연간 7천4백만 원에 연말 보너스까지 계산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1억4천만 원까지 부풀려질 일이었는지는 좀 다른 문제다.

게다가 올해 초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며 성과급을 줄였던 삼성그룹 내 각사가 이달 들어 성과급 상한선을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뒷북치는 정부의 경직성이 두드러져 보인다.

물론 미국은 월가를 중심으로 성과급 중심의 고액 급여 관행이 되살아나는 데다 특히 금융위기의 주범인 투자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가 소액일망정 위기 전보다 올랐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공적자금을 푼 미국 정부로서는 당연히 감독권을 발동하고 나설 만하다.

미국 정부야 채권자이니 당연히 그래야 옳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뭘 했기에 지금 서슬이 퍼런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통 분담을 하자는 게 나쁠 거야 없지만 어쩌면 70, 80년대에 질리도록 봤던 풍경, 똑같은 내용의 성명서니, 발표문이니 하는 것들이 줄지어 쏟아지는 그 풍경 때문에 질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4대강 살리기 예산 문제도 그렇고...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fgdgd 2009-10-21 00:25:44
▶ ▶ 444nara.com ◀ ◀ 조.건.만.남 장.난.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