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은행 대형화 제동걸리나
일사천리 은행 대형화 제동걸리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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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5년만에 내실, 다양성 등 반대 목소리
전형적인 내수산업의 태생적 한계 지적도


노무현 신정부 출범 임박과 맞물린 조흥은행 매각을 계기로 은행 대형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기관 정리와 함께 추진된 대형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이 거의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그동안 은행 구조조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왔다.

그동안 정부 등 대부분의 시장 정서는 구조조정 차원 및 세계 금융기관의 대형화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도 초대형 금융기관이 탄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신한지주, 국민은행등이 속속 탄생했고, 국민은행의 경우 규모면에서 세계 60위권에 진입한 국내 첫 은행이 됐다.

그러나, 대형화에도 불구 은행들의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 등 전반적인 은행 경영 상황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고, 주가도 몇 년 전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 와중에 공적자금 회수 및 은행 대형화 정책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조흥은행 매각이 임박하면서 대형화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 두 마리 토끼 몰이 대세

일단 시장 정서는 대형화 추세는 인정하면서도 내실도 같이 추구해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로 정리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권재중 박사는 미국은 차치하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경제 규모나 환경이 비슷했던 스페인 등에서의 은행 대형화 정책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향후 금융 구조조정 및 향방은 겸업화, 수익성 제고 등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주가치 극대화, 선도 은행 탄생 등에 초점을 맞춘 통합국민은행은 그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합병 이전 공공연히 공격적인 합병 의지를 밝혀왔던 구 주택은행 측은 컨설팅을 맡은 맥킨지 등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해 은행산업 개방에 따라 소형 은행으로는 외국 은행들을 상대할 수 없으며, 또한 적대적 M&A를 당할 수도 있으므로 대형화를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합병 이후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더욱 높아졌고, 은행이 낸 수익의 70%(외인 지분율) 정도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헌납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은 이같은 목적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은행산업이 제조업처럼 다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와 임직원이 분배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국민은행 주가 합병 이후 4% 하락

또한 합병 직후와 현재의 주가를 단순 비교해 봐도 국민은행의 가치는 결코 높아졌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은행의 합병 직후 첫 거래일인 지난 2001년 11월9일 국민은행 주가는 4만789원(당년 배당락 -6% 감안한 주가). 지난 10일 종가는 3만9천150원으로 1년 2개월 여만에 1천640원(-4%) 하락했다. 같은 기간동안 은행업종 지수는 134.22에서 145.67포인트로 8.5%나 상승해 현격한 대조를 이루었다.

합병 국민은행 탄생 이전 은행간 합병은 대부분 부실은행 정리 차원이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국민은행은 주주가 용인한 자발적 합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국민은행의 실적이나 주가는 그동안의 은행 대형화의 허와 실을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케이스가 된다.

- 주가, 액면가 넘는 은행 불과 4개

절대적 주가 기준으로도 대형화를 적극 추진한 은행산업의 형편은 말이 아니다. 현재 국내 은행중에서 주가가 액면가인 5,000원을 넘는 은행이 국민, 하나, 신한, 한미 등 4개 은행에 불과하다. 규모면에서 국민은행에 이어 2위인 우리금융의 주가는 지난 10일 3,985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조흥, 외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은행들이 추구해온 내실 경영이나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 소위 선진 시스템 도입도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다투어 도입한 신용관리시스템 및 리스크관리시스템 등 전산 비용만 수백억원 이상씩 들어갔지만 지난해 가계부실 리스크사태를 미리 막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IMF 이전 점증하는 기업여신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 성과 평가 시기상조 신중론도

은행들이 대형화를 어느 정도 이루었음에도 이러한 기대치 미만의 성과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 일단 대형화는 합리적인 정책이었으나 아직 그 효과를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이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박사는 우리금융 등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대형화로 여전히 수익성이 매우 낮고 진정한 의미의 대형화는 국민은행을 예로 들 수 있다며 합병 한지 이제 1년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좀 더 기다려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수익이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 나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수출과 해외 시장을 주로 개척하는 대형 제조업체와 달리 은행들은 국내 기업이나 가계를 주 고객층으로 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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