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고금리의 함정
CMA 고금리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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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바야흐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전성시대다. 길거리 선전물이나 TV CF에서 쏟아지는 CMA광고는 직장인들은 물론, 학생들의 쌈짓돈까지 CMA 계좌로 끌어들이며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CMA통장이 '고금리' 메리트를 넘어 공과금납입 등 소액지급결제 기능까지 탑재한 '만능통장'으로 인식되어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은행권의 '맞불작전'에 맞서 마케팅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마저 엿보이면서 '금융대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올초 연 2~3% 수준에 머물렀던 CMA 금리를 최고 연 5% 까지 끌어 올렸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하루만 맡겨도 연 5%' 수익률은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고금리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함정이 숨어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최고 5%대의 고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금액 이상의 돈을 꾸준히 예치하거나, 매달 급여이체를 해야하는 등 금액별, 기간별 제한이 따라 붙는다. 이같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할 고객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조건도 까다롭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CMA는 연 5.1%금리를 제공하는 '유진챔피언CMA'다. 하지만 한도 천만원, 예치일이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적용금리가 연 2%대로 주저앉는다.
대우증권도 최근 금리경쟁에 동참하며 CMA금리를 기존 최고 금리를 4.5%에서 4.7%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입금액이 50만원 이상이거나, 10만원 이상 적립식펀드 가입 조건이 따라 붙는다. 적용구간도 300만원 이내로 제한되며 300만원을 넘는 부분은 연 2%의 수익률만 적용된다.
현대증권 CMA 역시 월 50만원 이상 급여이체, 신용카드·휴대폰 등 자동결제 5건 이상, 올 연말까지 300만원 한도내에서만 연 4.7%의 수익을 제공한다.

증권사들은 이처럼 CMA에 각종 조건을 달면서도 '직장인들의 편리한 월급통장'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증권사들의 이같은 홍보전략은 어느정도 먹히고 있지만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 8월 CMA에 소액지급결제 기능이 추가된 이후 CMA잔고는 40조원을 넘어서는 듯 했으나 최근 38조원까지 하락하며, 1조원 남짓 줄었다.

증권사들의 무리한 마케팅에 기인한 결과로 비쳐진다. 은행의 정기예금과 달리 CMA는 대부분 단기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금액 및 기한제한은 사실상 의미를 두기 힘들다. 무작정 금리 광고만 좇기 전에 가입 조건과 혜택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최근 금융투자협회측에서도 "증권사들이 CMA 광고를 할 때 수익률만 강조하는 관행을 규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제살 깎이식' 과당경쟁이 증권사들의 역마진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중소형 증권사인 A증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CMA상품은 고금리 광고로 불과 한 달 만에 약 7000억원 판매고를 올렸지만 오히려 판매예정일보다 한달 여 앞당겨 판매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금리 인상에 따른 역마진우려 및 자금운용 등 리테일 경험이 많지 않은 점 등이 주된 이유이다. 모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연 4.5% 정도 수익률에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CMA를 판매할 때마다 0.01%의 최소 이익을 보거나 심지어 역마진이 나게 된다"며 "서비스와 품질이 아닌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증권사가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CMA를 둘러싼 증권사들의 과당경쟁은 고스란히 업계 전체의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CMA광고의 카피문구처럼 '미끼금리'가 아닌 '진정 고객을 위한' 혜택 마련에 좀더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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