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M&A 승부수 먹힐까
하나금융, M&A 승부수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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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조원대 유상증자 예고
우리금융·외환은행 등 '타깃'
KB+외환, 하나+우리 시나리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향후 M&A(인수합병)를 위한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는 등 업계 선두권 탈환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자체 성장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데다,  과거에도 서울은행과 보람은행 등을 인수하며 일약 업계 빅4 대열에 합류한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넘어야할 산 많다
하나금융은 이달초 2조원대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M&A 실탄 마련 차원'이라는 점을 공식화 했다. 우리금융 및 외환은행 매각 등 빠르면 내년초께 예고된 '2차 금융빅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출범으로 민영화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며,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은행 매각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주요 경쟁사인 KB금융지주의 경우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사주 2조7000억원 을 포함해 총 6조원에 가까운 출자여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으로서는 KB와의 주도권 경쟁을 위한 실탄마련이 시급하다.

만약 바램대로 우리금융과의 M&A가 성사될 경우 하나금융은 총자산 450조원을 넘어서는 초대형 금융사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며, 외환은행(101조)을 인수하면 빅3 탈환이 가능하게 된다. 6월말 현재 금융지주사별 총자산은 KB금융 333조원, 신한금융 314조원, 우리금융 276조원, 하나금융 175조원 등이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시장재편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현재로선 이달 23일로 예정된 이사회의 유상증자 안건상정이 첫 관문이다. 대규모 유상증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신영증권 이병건 연구위원은 "하나금융의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효과는 1조원의 경우 약 15.3%, 2조원은 26.5%에 달한다"며 "시가총액 20조원대의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증자금액이 각각 1.1조원, 1.3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8조원 수준인 하나금융의 증자로 인한 희석효과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감지된다. 설령 2조원대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더라도 M&A 실탄으로는 턱없으 부족하다는 것이 부정적 의견의 골자다.

실제 외환은행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최소 5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며, 우리금융 역시 현재 12조원 대의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30%만 보유하더라도 최소 5~6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이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은행권 지각변동에 대한 실현가능한 시나리오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연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KB금융의 최대 출자여력이 6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KB-하나의 연합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하나-우리금융간 M&A가 유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양사의 M&A는 인수(Acquisition)보다는 하나-우리금융간 대등 합병(Merger)이 유일한 대안이다.

HMC투자증권 구경회 연구위원은 "올해부터 강화되는 금융지주회사의 자기자본규제로 인해 하나·우리금융 모두 단독으로 상대방을 인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양사가 합의가 이뤄질 경우 합병법인의 연결기본자본자본레버리지비율은 5.5%로 지금과 큰 차이가 없으며 Tire1 비율 역시 7.8%로 1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말 현재 하나금융 및 우리금융의 연결기본자본 레버리지비율은 각각 5.8%, 5.4%로 1등급(6%)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인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과정에도 적지 않는 난관이 존재한다. 하나-우리금융간 대등합병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경남·광주은행 등 자회사 매각을 통한 우리금융의 자체적인 자본확충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라는 뜻이다.

구 연구위원은 "양사의 합병을 위해서는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0%를 현금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하나-우리금융간 합병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여러 가능성을 고려할 때, 하나-우리 합병후 예보의 지분매각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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