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을 보는 또 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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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진정으로 세계경기는 회복되고 있을까. 한국은 정말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 정부와 한국의 메이저언론들이 쏟아내는 분석과 전망을 보면 한국경제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해 보인다. 세계 경기가 바닥을 쳤고 한국 경제는 그보다 앞서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는 성급한 확성기 소리가 굳이 듣자하지 않는 이들의 귓가에까지 울린다. 이제 미디어 법까지 발효가 되면 이런 시절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소름이 돋는다.

1997년 한국이 IMF 구제 금융을 신청했을 때 어느 미국 언론은 한국이 너무 성급하게 축배를 들었다고 비아냥댔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때도 언론은 해외발 외환위기 도미노 현상을 강 건너 불 보듯 했고 우리는 태평성대라고 소리증폭시스템을 가동시켜 외쳤다.

지난해부터 바닥이 보이지 않을 듯 추락하는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이 땅에 사는 서민들의 시린 가난은 감출 수 있는 한 감추자는 듯 덮어가기에 급급했다. 그리고는 용비어천가만을 크게, 크게 추운 서민들을 향해 들려줬다.

올해 상반기, 재정지출은 있는 대로 죄다 조기 집행해 간신히 사회시스템의 붕괴를 막은 듯싶다. 그러면 하반기에는 경기가 살아나 절로 일자리가 늘고 소비심리도 되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반기 경기는 정말 살아나긴 하는 걸까. 안 그러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으니 어떻게든 살아나긴 해야 할 텐데. 이미 연간 이루어져야 할 재정지출의 대부분을 상반기에 다 집행했으니 기업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참으로 추운 겨울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좋아지고 있다는 세계경기를 믿을 수는 있을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민들을 재앙의 위험으로부터는 벗어났다고 선언했고 그보다 앞서 한국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난무했다. 그 말들만 믿으면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거시적 경제는 미시적 조짐들 속에 위험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소해 보이는 현상들을 늘어놓고 숨은그림찾기를 해보면 거시경제를 보는 그 낙관론이 현실이라기보다는 바라는 대로 보이는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지난 주 후반 세계 3대 해운회사라는 프랑스의 CMA CGM이 모라토리엄 선언을 고려중이라는 뉴스로 인해 조선강국 대한민국의 증권시장이 곤두박질을 쳤다. 해운경기는 세계경기의 바로미터다. 최소한 물자가 오가는 무역이 활성화돼 있는 것인지, 단기간에 전망이 서있는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데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그런 해운회사가 위기에 몰렸다. 곧 경기회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 위에 한국의 조선사들에게도 적잖은 물량의 컨테이너선 수주를 했다는 회사의 전망이 빗나갔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지금 세계경기를 지탱하는 것은 여전히 금융이지 실물경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세계적이 경제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금융이었음을 상기하면 지금의 회복징후라는 것들이 그만큼 위태로운 현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최악의 재앙 위기를 벗어났다는 미국은 여전히 금융의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자본은 충격을 잊고 다시 자가증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현상은 과도한 다이어트 후 나타난다는 요요현상에 가깝다.

구제 금융을 받은 미국의 불량 금융회사들이 여전히 임원들의 과대한 임금을 줄이기는커녕 더 늘려 말썽이 생긴 적도 있다. 자본의 생리도 그와 마찬가지다.

자본은 생리적으로 그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굴러가기 마련이고 비대해지면 그럴수록 더욱 더 비대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적 자본들은 스스로 몸집을 줄일 수 없는 구조 속에 갇혔다. 심각한 과체중 환자들의 경우는 스스로 다이어트 하는 일이 불가능해 수술과 같은 인위적인 체중 감량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갈수록 운동능력을 잃고 끝내는 침대위에서만 지내다 그대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고 알고 있다.

지금 세계의 거대자본, 특히 실물의 생산, 유통과 동떨어져 굴러가는 초국적 금융자본들의 경우 이번 경제위기를 맞으며 그처럼 자가 감량이 불가능한 상태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권력을 갖고 재력을 가진 그 누구도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도 우리는 ‘잘 되고 있다’는 최면술사의 말만 믿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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