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되지 않는 보험 '절판마케팅'
근절되지 않는 보험 '절판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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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보험영업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인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마 전 이달부터 보장한도가 축소된 실손의료보험에 서둘러 가입하라는 절판마케팅이 성행한 바 있고 최근에는 오는 12월부터 보험료가 오를 예정인 연금보험 가입을 독촉하는 보험대리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 같은 절판마케팅의 문제점은 보험의 기본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데 있다. 보험은 고객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것인데 이와 무관하게 단순히 상품이 없어진다거나 보장이 줄어든다고 해서 가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이 같은 절판마케팅의 폐해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새로운 경험생명표가 적용됨에 따라 보험료가 오를 예정인 연금보험 절판마케팅을 우려해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새 경험생명표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보험료가 인하되는 종신보험은 이달부터 바로 새 경험생명표를 적용하고 보험료가 일부 오르는 연금보험은 12월께 적용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순차적으로 적용한다고 해서 절판마케팅이 없을 것이란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기대다. 실제로 현재 수많은 보험대리점·설계사들이 연금보험에 가입하라고 고객들을 재촉하고 있다.

물론 연금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험료가 오르기 전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의 필요와 여건에 맞는 가입이지 연금보험료의 변동은 부수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는 종신토록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일 뿐 모든 연금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일괄적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고객 사망시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연금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져 보험료가 오르는 반면 일정기간 동안만 연금을 지급받는 상품의 경우 보험료가 오를 이유가 없다. 실제로 대부분 연금보험은 연금지급기간을 정하는 방식으로 설계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보험판매자들이 모든 연금보험료가 오르는 것처럼 절판마케팅에 나서 고객을 기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손의보의 경우도 이달부터 표준화되면서 보장한도가 낮아지기 전에 가입하라는 절판마케팅이 케이블TV 광고나 홈쇼핑 등에서 기승을 부렸었다. 특히 지난 7·8월 계약의 경우 3년 후 갱신시점에 표준화된 실손의료비 담보로 변경되지만 이에 대한 안내가 부실해 민원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운전자보험 역시 이달부터 형사합의지원금 담보가 기존 정액보상에서 실손보상으로 바뀌면서 지난달 절판마케팅이 성행했다. 심지어 종합 실손의보를 운전자보험이라고 안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종합 실손의보는 여러 담보를 종합해 놓은 상품이기에 운전자비용 관련 담보를 추가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단순히 운전자보험으로 소개하는 건 고객을 속이는 셈이다.

절판마케팅의 폐단은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절판마케팅에 낚여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은 향후 계약 유지율이 떨어질 게 뻔하고 보험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눈앞의 실적에 급급해 고객과 보험업계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 같은 절판마케팅 근절을 위해서는 보험사나 금융감독당국·고객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사는 대리점이나 설계사 등 판매인 관리를 통해 절판마케팅을 자제토록 교육하고 감독당국도 실질적인 규제·감독에 나서야 한다. 고객 역시 판매인들의 말만 듣고 현혹될 게 아니라 본인의 여건과 필요에 맞춰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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