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윤증현 한은법개정 이견
정운찬-윤증현 한은법개정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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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한국은행의 권한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주목된다.

정 후보자의 이런 의견은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의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 정운찬 "한은 기능 강화해야"
정 후보자는 21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으로부터 제한적인 단독조사권을 한은에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 방향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그는 "(금융 건전성에 대해) 그동안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만 따졌고 부채와 자산의 성격을 잘 따지지 못한 결함이 있어 세계금융위기가 왔다는 분석이 있다"며 "중앙은행인 한은이 지금보다 조금 더 감독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스승인 조순 전 부총리도 최근 한은의 기능강화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조순 전 부총리는 지난 18일 세계미래포럼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중앙은행에 금융 문제의 여러 가지 책임을 부여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물가안정 기능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풍부한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전통적인 역할이 잘 보장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은의 정책적 독립성을 확보하되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와 조순 전 부총리는 한은의 기능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윤증현 "한은법 개정 시기상조"
이런 의견은 정부의 의견과는 다른 방향이다.

재정부와 금융위는 한은.금융위.금감원.예금보험공사 간에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만큼 한은법 개정은 시급하지 않다는 견해다.

윤증현 재정부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한은법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 상황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제논의가 정돈되고 금융위기 상황이 극복된 이후 충분한 연구검토와 관계기관 논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중 금융시스템 보완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은법 개정문제를 추진하는 게 낫다"라고 말하고 "필요시 국회, 정부, 유관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구를 구성해 제도개편을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최근 국회 재정위에 한은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한은에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이 기능의 최종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는 원칙과 배치된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물가안정 기능을 위해 존중되는 것으로, 효과적인 금융안정 기능 수행과는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이어 "한은법 개정안이 금융당국과 한은 간 협의.통제장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안정에 대한 시각과 정책 방향이 다를 경우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정부입장 바뀌나
이에 따라 정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취임할 경우, 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도 한은법 개정을 내년에 검토하자는 정부의견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태세여서 정부의 의견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정 후보자의 발언에 신경을 쓰면서도 원칙론일 뿐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 후보가 실제로 취임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의 발언은 원칙론적인 의견으로 판단된다"며 "한은의 단독검사권 등 기능 강화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한은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후보자마저 한은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 후보자가 취임한다면 정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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