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전무가 에버랜드로 간 까닭은?
이부진 전무가 에버랜드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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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이부진(39, 사진) 호텔신라 전무를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기로 결정하자 재계가 그 배경을 놓고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15일 이부진 씨를 경영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에버랜드와 이부진 씨의 그룹내 '위상'때문이다. 이 전무는 이건희 전 회장의 1남2녀 중 장녀. 오빠는 2살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이고 동생은 3살 어린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다.

에버랜드는 현재 삼성생명의 법인 대주주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삼성카드를, 삼성카드는 에버랜드를 지배하는 식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돼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비상장기업이긴 하지만, 삼성그룹 핵심계열사 간의 순환형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셈이다.

때문에, 이번 인사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경영권 구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한발 더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재산분할 문제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측의 이번 인사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은 별로 대수로울 게 없다는 식이다. 에버랜드의 주력사업인 테마파크를 확실하게 육성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것.

삼성그룹 측은 이 전무가 2001년부터 호텔신라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맡으면서 쌓아온 첨단 서비스 분야의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에버랜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측의 이같은 설명은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에버랜드의 테마파크가 정체상태에 빠져 있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 급격한 문화 트렌드의 변화와 경쟁사 등장 등으로 2004년 800만명이던 입장객 수가 2008년에도 807만명 수준으로 떨어진 데서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에버랜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영 안목을 갖춘 서비스 전문가의 영입이 절실했고, 그 적임자가 바로 이 전무라는 것.

이 전무는 호텔신라 경영전략 담당을 맡아 까다롭기로 유명한 호텔 서비스 분야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해 회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이 전무는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한 이후 선진기업에 대한 벤치마킹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전략을 추진한바 있다. 이에 힘입어 호텔신라는 4천1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2002년 이후 연평균 15%의 성장을 거듭해 2008년 8천753억원의 매출을 올렸었다. 세전이익도 2002년 99억원에서 2008년 300억원 수준으로 3배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무는 올해 초부터 호텔신라와 에버랜드 간의 상호 벤치마킹 등 두 회사간 시너지 강화를 위한 업무교류를 확대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전무는 여성이지만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견주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같은 정황상 이번 인사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에버랜드의 대주주는 25.1%의 지분을 가진 이재용 전무이고, 동생인 이부진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기획담당 상무의 에버랜드 지분율은 각 8.37%이다. 이로써, 지배구조나 재산분할은 이미 이뤄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삼성 측도 이번 인사를 경영권 승계 문제 등과 연관시키려는 시각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에버랜드의 이 같은 소유구조를 보면 이재용 전무가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갖고 있어, 이번 인사를  후계구도 변화 가능성과 연관시키는 것은 생각의 비약일뿐이라는 것. 

이번 인사와 관련 삼성가(家)의 여성 경영 참여 전통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가는 이병철 선대회장 때부터 여성을 경영 일선에 참여시키는 것이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잡아왔고, 이번 인사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

이병철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다섯째 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 삼성가의 대표적인 여성 전문경영인들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전무와 차녀인 이서현 상무 외에도 3세중에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등이 경영 일선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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