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과 평화의 댐
4대강과 평화의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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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대강 정비 사업을 확정하자마자 각기 다른 시각에서 20년도 더 지난 평화의 댐이 시중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무척 흥미로운 현상이다.

정부는 4대강 정비 사업 계획을 확정하기 전부터 TV 등 대중매체를 이용해 다각적인 홍보작업을 벌여왔다. 그간 4대강 사업을 비판하던 정운찬 신임 총리 내정자는 총리 내정이 되자마자 대운하는 반대하지만 4대강 정비 사업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4대강 사업에 현 정부가 얼마나 목을 매고 있는지가 그 한마디로 온전히 표현되는 느낌이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그렇게 말을 바꾼 이유로 4대강 정비 사업이 수질 및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까지 붙였다. 홍보 영상들 역시 4대강 정비 사업이 끝나면 마치 1급수 맑은 물이라도 되는 양 아름다운 수중 풍경을 보여준다.

이런 정부의 행보를 보며 전혀 이질적인 듯 보이는 20여 년 전의 평화의 댐 추진과정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유에 굳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복잡한 이론 다 집어치우고 낙동강 수계에 줄줄이 늘어서게 될 보만 봐도 대중들은 강물이 맑아질 것이라는 얘기가 얼마나 허망한 소리인지를 절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보가 설치되면 평소 수량으로도 유속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고 조금 가물기라도 할라치면 사실상 강물이 아닌 고인 물로 바뀌게 될 것이 눈에 번히 보이지 않는가. 그렇게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을 모를 사람도 있을까.

그 뿐인가. 유속이 떨어지면 자연히 강바닥 침전물도 늘기 마련이다. 빠르게 침전물이 쌓여 가면 정부 주장대로 안정적 수량 확보를 위해서라도 수시로 강바닥 준설작업에 돈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그 때마다 강물의 혼탁도가 급상승할 것 역시 분명하다.

그런데 이 나라 유수 언론들의 보도 경향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정부 측 홍보 영상이야 그렇다 치지만 보도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런데 어느새 앵무새처럼 정부의 발표를 흉내 내기에 급급하다.

그런 매체 가운데 하나가 느닷없이 평화의 댐을 예찬하고 나온 모양이다. 임진강 참사를 기회 삼아 수공(水攻) 운운하며 그런 기사가 나온 듯하다. 임진강 참사를 두고 북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 일해야 할 통일부 장관까지 나서서 그런 언론 매체와 서로 주고받기 식 발언을 해 상황을 일파만파 키워가고 있다.

그런 모습이 참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평화의 댐 건설 추진은 신군부가 차기 정권 창출에 열을 올리던 1986년 10월 30일 당시 건설부 장관이 금강산 댐 공사를 중단하라는 대북한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중단을 요구하면서 내놓은 설명은 돌아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자기모순에 찬 내용이었다. 우선 북한강 본류와 금강산이 만나는 지점에 원산 쪽으로 수계를 역류시키는 대규모 댐이 건설됨으로써 북한강 유입 수량이 대폭 줄어들어 심각한 생활용수 부족이 발생할 것이며 그 댐을 수공에 사용할 경우 심하면 서울을 쓸어버리고 수도권 전체를 황폐화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 대중을 놀라게 한 것은 금강산댐이 서울을 쓸어버릴 것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공 가능성이었다. 그 대중적 공포를 이용해 평화의 댐 성금을 대대적으로 징수했다.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정해진 액수의 성금을 냈고 월급쟁이들은 또 월급에서 자동적으로 성금(?)이 강제 징수됐다. 그 당시 월급에서 떼인 성금이 봉급생활자 급여로 대비해보면 현재 금액으로 5만 원 쯤 됐지 않았나 싶다. 심지어는 지금보다도 훨씬 얄팍했던 군대 사병들의 봉급에서도 뗐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당시 장비도 거의 없이 건설됐다는 금강산댐의 실제 규모는 정부 발표의 1/3 수준 밖에 안됐고 그나마 제 기능을 할 수준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정부가 그 국민들을 향한 정책 홍보를 사기업의 광고물처럼 부풀리고 심지어 왜곡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부도덕한 일이다. 진실로 요즘 다시 평화의 댐 성금과 전두환씨의 29만원 재산까지 들먹여지는 세태를 제대로 응시하는 안목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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