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재계, 법인세 인하놓고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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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법인·소득세 추가감면 2년유예 검토”...재계 '속앓이'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한나라당은 대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면조치를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정기국회를 코앞에 둔 30일 기업들의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인세 인하 카드를 2년 유예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연합뉴스가 30일 이같이 보도했다. '투자'와 '감세'를 놓고 양 측이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인터뷰에서 "애초 법인 소득세 감세 정책을 도입할 때는 감세를 통한 투자확대 및 소비진작을 기대했는데, 그런 긍정적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내에 감세기조의 큰 틀은 유지하되 내년부터 적용될 법인 소득세의 추가 감면을 2년간 유예하자는 의견이 있고, 그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것.

김 정책위의장은 특히 "기업이 당초 예상한 만큼 투자를 하지 않으면 차라리 법인 소득세 추가감면을 유예하고 그로 발생하는 재원을 경기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확대 정책에 쓰는 게 낫다는 취지"라면서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법인.소득세 감면 유예 주장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제활성화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경우 투자확대를 전제로 도입한 법인 소득세 추가감면을 불가피하게 유예할 수밖에 없다는 대(對)기업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감세기조 후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정책변경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은 통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면서 "재계가 역할을 못한다면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 즉 정부에서 재정확대를 통해서라도 경기진작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고.

한편, 이같은 기류에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재계는 여당 정책책임자의 발언에 담긴 진의를 분석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경제단체들은 "투자가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투자 부진의 직접 책임이 재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법인세 인하 유예 검토의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를 전제로 사업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여서 법인세 인하가 유예된다면 일부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이 어려움을 강조하며 예정대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주요 기업들은 여당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도 구체적인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섣부른 비판의 목소리로 정치권의 심기를 건들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 LG 등 대규모 투자를 주도해온 기업들은 여당의 법인세 인하 2년 유예 검토 발언에 대해 "투자는 시장 상황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종의 눈치보기다.

전자업계는 올해 말 임시투자세액공제 종료에 이어 가전제품 개별소비세 부과라는 이중 태풍을 만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마저 유보된다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려 계획대로 집행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현대·기아차그룹은 2013년까지 친환경 차량 개발 등 녹색성장 분야에 4조1천억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와 GS 등 여타 주요 그룹들도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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