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이 요동치면, 그 후엔?
금융이 요동치면, 그 후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부동산이 정부 통제의 약화를 틈타 위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시중금리 역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는 금융권 내의 친정부 인맥들 간에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도 감지된다. 마치 한나라당 내에 계파간 갈등이 울뚝불뚝 불거지듯 밖으로 거칠 것이 없어진 권력의 내부로부터 갈등이 발생하고 또 확대되어 가는 모습이다.

CD 금리의 빠른 상승으로 CD 연동 가계 대출 금리 역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데 반해 예금금리는 오히려 풀이 꺾이며 예대 금리차가 10년래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지만 은행 신규 대출 중 주택 관련 대출 비중은 50%에 육박하며 근래 들어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이와 아울러 한동안 최고 80%까지도 올라가던 주택담보 비율(LTV)가 일단 당국의 경계 신호에 따라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고 주택대출 증가세도 다소는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지만 투기성 자금의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듯 보인다.

이미 부동산 시장을 휘젓는 투기성 자본들은 정부 당국의 규제 완화 추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금융당국이 경계의 소리를 내도 일시적 제스처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인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무슨 소리를 해도 개별 은행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없는 한 시중은행들이 물러서기를 기대할 수 없을 듯하고 투기 자본 역시 당장 창구가 막히지 않는 한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을 예상하고 주저 없이 대출을 끌어댄다.

이미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노쇠해져 가는 파도를 대하듯 두려움이 사라졌고 출구전략을 세우라는 아우성만 들린다. 이런 현상이 성급한 한국인들에 의한 한국 시장만의 특성은 아닐 지도 모른다.

한국 정부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금융시장부터 위기는 끝났다는 분위기로 서서히 들뜨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니, 한국 정부의 긴장감도 삭아드는 형국이다. 정말 이대로 경제위기가 다 끝났다고 안심해도 좋은 상태라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기는 하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이제 미국 경제는 대재앙으로부터는 벗어났다”고 선언했을 때 그 신호는 곧 한국 시장의 위기 탈출로 간주되는 경향도 보였다. 그러나 오바마의 그 같은 선언은 자국민들의 절망감을 덜어주는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라리 오바마가 진정한 탈출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고 그 문제의 해결까지는 앞으로도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 얘기에 더 방점을 찍고 들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런 전제는 싹 무시되고 있다.

이번의 전 세계적 경제 위기는 금융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 위기 해소의 신호 역시 금융시장에서 퍼져나온다. 그러니 문제가 해결되는 징조로 봐야 할 것인가.

이런 현상은 오히려 더욱 경계가 필요한 위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는 금융호황은 반드시 거품을 생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살아있는 실물경제라고 해봐야 부동산 밖에 없는데 그 부동산은 생산적 자본 창출을 가로막으면서 금융과 한 켤레가 되어 거품 발생에 상승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일자리가 늘고 있다는 실적을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어디에서도 실물경제의 회복 기미는 찾아지지 않고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소한 일자리 증감이 횡보하는 수준에만 이르러도 우리는 안심하고 출구전략을 얘기할 수 있을 테지만 아직은 많은 이들의 희망사항에 머물 뿐 경제위기로부터의 탈출을 얘기해도 좋을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식물을 옮겨 심으려면 먼저 뿌리를 새로운 토양에 안착시키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강구해야 한다. 물을 주고 비료를 주는 문제는 부차적인 일이다.

경기 회복을 노래하고 싶으면 무엇보다 먼저 밑바닥 경제에 생기가 돌게 해야 한다. 물을 줘도 밑뿌리까지 닿게 해야 식물이 살 듯 금융 정책도, 일자리 대책도 최하위 계층에까지 닿을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다.

사상누각이란 단지 단단하지 못한 땅 위에 세워진 건축물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뿌리부터 말라죽어가는 식물에서 열매를 기대하는 것 역시 사상누각을 짓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