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와 금리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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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일부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전세값은 집없는 서민들을 불안하게 할 정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 틈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로 오른 여파로 CD금리가 2.5%까지 오르면서 CD연동 대출상품 금리들이 줄줄이 오른다.

국민은행이 24일부터 기존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지난주보다 0.06%포인트 오른 연 2.77~4.47%로 이미 고시했었다.

매일 금리를 고시하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그보다 앞서 이미 올랐다. 우리은행은 지난 주에 전주보다 0.07%포인트 올라 3.39~4.69%로 고시됐고 신한은행 역시 전주보다 0.07%포인트 올라 2.92~5.62%가 적용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으면 CD금리가 오르는 데 한계가 있어 시중은행 금리도 더 이상 올릴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 신규대출 금리는 대출조건 변경을 통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CD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이자 인상이지만 CD금리에 부가되는 금리를 올리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미 아파트 가격도 전세값도 또 금리까지 모두 오른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전세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올해 배정된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3조원에 6천억 원을 더 늘리기로 했다. 주택구입자금을 전용해서라도 지원을 늘릴 방침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고정금리로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올릴 수 있는 명목은 없다.

언론에서는 주택대출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의 복병이 될 것이라는 식의 보도가 적잖이 등장한다. 주택경기 활성화 없이 경기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런 논의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시장 관계자들은 금리인하로 주택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FRB의 대처가 이미 늦었다며 버냉키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물론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전제하에 향우 물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미국 정부나 FRB가 그런 비판에 쉽게 승복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신용경색이 금리인하로 진정된다는 보장도 없어 금리인하 요구에 동조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 보인다.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실대출 정리 차원에서 금리인하는 반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10여일 전 사설은 “양산된 부실대출은 시장에서 깨끗하게 해결돼야지 정부의 지원에 의해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호주도 영국도 경기활성화를 목적으로 이미 올 들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 결과 호주에서는 버블 경계론이 나오고 영국에서는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모기지 회사들이 인하금리 적용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금융정책 전반이나 금리정책만 떼어놓고 봐서나 똑떨어지는 정답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정책이 무엇을, 누구를 우선으로 고려하느냐다.

오르는 전세금 마련조차 다급한 서민들에 대한 긴급지원은 마땅히 늘려야 한다. 그러나 서민 복지를 위해서는 병주고 약주는 정책 말고 보다 안정적인 주거환경 확보가 필요하다.

실직자가 늘고 그들이 다시 직장을 잡더라도 대개는 소득의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 가운데는 제때 급여지급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도 존재한다. 자영업자들 중에는 수입이 줄어들기 시작한 숫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들에게 오르는 전세값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 더 받는 것으로 문제가 과연 해결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켜 전세값이 더 오르게 되면 수입은 늘지 않거나 줄어들어도 더 대출 받고 늘어가는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얘기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경기가 곧 좋아질 테니까 그 때까지만 견디라는 주문인가. 과연 아득한 불안감이 그렇게 달래질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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