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정년 연장 논란 '불 붙었다'
공기업 정년 연장 논란 '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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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한국노총, 전격 합의...'비판여론'속 정부도 '당혹'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공기업 '정년 연장' 논란이 불붙었다. 한나라당이 한국노총과 공기업 정년연장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민간 기업의 구조조정이 한창인 이때, 공기업 정년연장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여론이 적지 않고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은 지난 14일 고위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선진화 관련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책 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측과 공기업 직원의 정년을 공무원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지난 주에 합의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재차 확인 했다.

합의문에는 공공기관 직원의 정년을 노사합의로 공무원 정년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년 연장에 따른 문제점 해소 방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강구키로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난해 법개정으로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은 57세에서 올해 58세로 늘어났고 △2011년 59세 △2013년 60세 등 단계적으로 연장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공공기관 정년은 공무원처럼 정년이 단계적으로 연장되는 방식보다는 정년 연장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이 마련되는 공공기관부터 60세로 한꺼번에 연장하는 방식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집권 여당이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과 이같은 사항에 공식합의함에 따라 공기업 정년연장을 위한 제도적 접근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노령화 대비도 중요지만, 현싯점에서 과연 이 문제가 우선순위로 볼 때 타당한가에 대한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이에, 여당과 한국노총의 합의에도 불구 제도시행까지는 논란과 함께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경제위기에 따른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공기업 직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관련, 김 의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비용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도입한다는데 합의했다면서 정년 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가 국민 몫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율사항'이 과연 '안전장치'를 담보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않다. 

정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당장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절대과제'를 추진하는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 하지만, 예산안 등 앞으로 여당과 협의할 사안들이 많아 내색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고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2012년까지 평균 12.7%의 인력을 감축하는 공공기관 선진화는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경영효율화가 자연감소로 이뤄져야 하는데 정년을 연장하면 인력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매년 1조원 넘게 인건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년 연장은 공공기관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신의 직장'이라는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 공공기관의 인건비는 무려 1조5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원인은 임금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등 '도덕적 해이'. 

이같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해도 연장된 정년만큼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은 희망퇴직 위로금이 증가하는 효과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보통 희망퇴직을 받으면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위로금을 주기 때문.

실제로,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의 총인건비도 도입 전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복리후생비 등 부가급여는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인건비 감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정부로선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합의문 이행에 책임을 지겠다며 서명한 것도 부담이다. 한국노총은 당초 정부 책임자의 공동서명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공공기관 정년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과 한국노총간 합의 사실이 며칠지나서야 알려진 것도, 이같은 정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결국,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과는 명백히 배치되지만 당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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