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어디로부터 오나
희망은 어디로부터 오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들어 정부는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발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러나 실상은 어디를 봐도 좋아진다고 믿을 구석이 별반 보이질 않는다. 그 모든 게 서민들의 절박한 생활 형편에 대한 정부의 이해 결핍, 관심 부족이라고 보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영세 노년층 중심의 희망근로프로젝트로 비록 한시적이지만 일자리를 대폭 늘린 정부는 그 결과 6월 한 달 일자리가 늘었다고 요란하게 나팔을 불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마련했다는 희망근로 일자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반적인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보듯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생결단하듯 싸우지만 그 결과로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이즈음의 분위기다. 비정규직 해고는 법률의 뒷받침으로 대거 현실화되어 대량 해고 사태를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

제조업, 음식숙박업, 건설 등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새로이 찾아갈만한 다른 일자리들은 더 이상 늘지 않으면서 해고는 줄을 잇고 있다. 그렇게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게 통계로 드러났다.

이처럼 개개인의 소득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생활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지표물가야 어떻든 서민들의 피부물가는 심난한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무더기로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더니 이제는 원료 식품이라 할 수 있는 채소와 설탕 값이 대폭 올랐다. 국제 원당 가격이 오르고 대두 가격도 1년 여 전에 비해 40% 이상 올랐다니 앞으로 가공식품 가격의 줄지은 인상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채소 가격은 장마로 인한 일시적 상승이라지만 모든 물가가 오르는 속에 한번 오른 채소값이 내려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채소나 설탕 값이 오르는 것은 정부 정책만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정부는 앞장서서 물가를 올리기에 혈안이 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는 게 참으로 문제다.

정부는 현재 생활필수품화한 TV, 냉장고, 드럼 세탁기, 에어컨 4개 품목에 대해 개별 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한다. 그럴 경우 최소 5% 이상 가격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비도 심상치 않다는 보고다. 우선 고등학교 교과서 가격이 자율화되면서 인상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이미 14.5%나 올랐다는 교과서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터다.

공교육비만 문제는 아니다. 법원이 학원 수강료 상한제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고액 과외를 하는 상류층 학생들과 달리 학원 강의로 사교육 수요를 채웠던 중산층의 부담이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중산층 사이에도 다시 계급 분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거기 더해 물가관리의 가장 무서운 복병인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서울을 넘어 수도권까지 전세 값이 상승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정부는 재개발을 부추기고 나섰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여 경제를 움직여보겠다는 70~80년대식 정책 발상이 다시 고개를 치켜든 것이다.

재개발이 여기저기서 시작되면 일시 이주자들로 인한 전세난이 가중되며 전세 값이 어디까지 뛸지, 그로 인해 부동산 거래 가격은 또 어떻게 들먹여질지 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하다. 서울시내 전세 세입자들은 수도권으로 밀려나고 그렇게 줄줄이 밀려나다보면 대중교통 수단도 첫차를 타고 새벽같이 일 나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더는 밀려나지 못하고 버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 시내에 어떤 방식으로 틈새를 뚫고 둥지를 틀게 될지 차라리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긴다.

이렇게 여기저기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정부는 또 원자재 가격 부담을 내세우며 공공요금도 올린다. 교통요금부터 시작하면 그 뒤로 줄줄이 따라 오를 품목이 대체 몇 개나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물가는 오르는데 소득이 줄 때 오게 될 그 후가 너무 두렵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