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채권 처리 '골머리'
은행권 부실채권 처리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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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당국에 목표비율 완화 요구

은행권이 부실채권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감독당국은 1.5% 수준인 부실채권비율을 연말까지 1%로 맞추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대규모 부실채권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7대은행 연말까지 9조원대 부실처리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농협.하나.국민.우리.신한.외환 등 7대 국내은행은 연말까지 9조 원대 부실채권을 처리할 예정이다.

7대 은행이 6월 말 기준으로 평균 1.5% 수준인 부실채권비율을 1.0%로 낮추는데만 5조5천억 원의 부실채권 처리가 필요하다. 하반기에 늘어날 부실채권 규모를 고려해 약 4조 원을 더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매각, 상각, 회수, 정상화, 자산유동화증권(ABS) 발생 등의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기업은행 측은 "6월 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이 1.46%(1조5천억 원. 이하 부실채권규모)로 올해 하반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까지 감안하면 최대 1조 원 정도를 정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채권비율이 1.77%(2조5천억 원)인 농협도 감독당국이 제시한 연말 목표비율을 맞추려면 2조 원 가까이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은 6월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이 1.34%(2조8천500억 원)로 낮은 편이나 하반기 부실채권 증가분을 감안할 때 1조4천억 원 규모의 매각, 상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은 부실채권비율이 1.77%로 높아 6월 말 기준으로 목표비율을 맞추려고 해도 1조 4천억 원 규모의 감축이 필요하고 연말 목표비율을 맞추려면 2조 원대 부실채권 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외환은행(부실채권비율 1.36%)도 6월 말 기준으로 목표비율 1%를 맞추려면 2천4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만 처리하면 되지만 연말 기준으로는 처리규모가 7천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은행 난색..헐값매각 우려
일부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처리하면 손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부실채권비율이 1.72%인 하나은행은 6월 말 기준으로 1%로 낮추는데만 8천억 원 규모의 감축이 필요하나 연말까지 현실적으로 처분 가능한 규모가 1조 원 정도라고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 목표비율을 산정할 때 회생절차,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여신은 빼줬으면 하며 하반기 신규 발생 여신 중에서 50~60%만 처리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부실채권비율이 1.59%로 6월 말 기준으로 1%를 충족하는데 6천억 원 규모의 감축이 필요한데 연말까지 처리규모를 8천억 원 정도로만 잡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부실화된 여신이라고 해서 당장 무조건 내다 팔 수는 없다"며 "처분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비율을 정해서 당장 매각하라고 하면 손해보고 팔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은 18개 국내 은행에 지난 7일까지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일부 은행은 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감독당국 "목표비율 완화 없다"
이에 따라 감독당국은 제출시한을 연장하는 한편 12일까지 개별은행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부실채권 처리 규모와 방법, 시기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당국은 부실채권 처리기준을 낮춰달라는 은행권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 은행권에서 신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는 16조9천억 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부실채권비율은 작년 말 1.14%에서 1.50%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부터 20조 원 한도의 구조조정기금을 동원해 금융권 부실채권과 함께 기업 부실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별 상황을 고려해 부실채권 목표비율 적용을 다소 조정할 수는 있지만 일괄적인 기준 하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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